이주열 "韓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미·중 무역갈등 전면전까지 안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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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해도 원화강세 요인 아냐"
"한미 금리역전 후 자금유입 규모 크지 않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여부 등 3가지에 해당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 기준으로 무역수지, 경상수지 조건에 해당돼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에 올라있다. 환율보고서 발표 예정일은 오는 15일이다.
이 총재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 낮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무조건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나름대로 논의중이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관련 정보공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매달 공개하고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달러 매입과 매수 금액 및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해도 기조적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최근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가파르게 나타나는 배경에 대해선 "작년 말 이후 글로벌 달러화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문제,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환율 변동 요인"이라며 "이달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부분적으로 원화 강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원화가 강세가 되면 수입물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가 낮아져, 환율 경로 측면에서 금리인상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며 "환율은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만 쏠림 등의 급변동이 있을 경우엔 시장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 후 유입된 단기 투자자금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근 차익거래 유인 높아지며서 단기성 투자자금이 들어왔지만 국내 경제·금융시장 규모에 비춰볼때 크지는 않은 규모"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물론 단기성 투자자금은 시장이 불안할 때 일시에 빠져나가 시장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면밀히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통위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된 후 열린 첫 회의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정책 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따라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연 1.50%)를 넘어섰다. 한·미 금리 역전은 10년7개월만이다.
국내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총재는 "최근 중국이 시장 개방 확대 등 개방적·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양국간 갈등이 확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분쟁이 무역전쟁으로까지는 극대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양국 갈등이 곧바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협상 테이블에서 정치적인 고려가 들어갈 수 있어 분쟁이 당장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국내 저물가 기조와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고용 부진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 총재는 "1분기 국내 소비자물가가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은 축산물 가격 하락, 석유류가격 상승폭 둔화 등의 영향 때문"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고 속도도 빠르진 않겠지만 점차 내수 회복의 영향을 받아 하반기 1%대 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당장의 리스크가 크진 않지만, 중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어 억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의 증가추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전체 총량 수준이 높고 부채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며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을 미리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고용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저조한 배경은 외국인 관광객 수 감소, 일부 기업·산업의 구조조정 등 일시적인 요인을 포함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고용이 부진하면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 등을 야기하고 장기화되면 잠재성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단기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4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다섯 달째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채선희 /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한미 금리역전 후 자금유입 규모 크지 않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여부 등 3가지에 해당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 기준으로 무역수지, 경상수지 조건에 해당돼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에 올라있다. 환율보고서 발표 예정일은 오는 15일이다.
이 총재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 낮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무조건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나름대로 논의중이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관련 정보공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매달 공개하고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달러 매입과 매수 금액 및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해도 기조적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최근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가 가파르게 나타나는 배경에 대해선 "작년 말 이후 글로벌 달러화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문제,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환율 변동 요인"이라며 "이달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부분적으로 원화 강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원화가 강세가 되면 수입물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가 낮아져, 환율 경로 측면에서 금리인상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며 "환율은 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만 쏠림 등의 급변동이 있을 경우엔 시장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 후 유입된 단기 투자자금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근 차익거래 유인 높아지며서 단기성 투자자금이 들어왔지만 국내 경제·금융시장 규모에 비춰볼때 크지는 않은 규모"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물론 단기성 투자자금은 시장이 불안할 때 일시에 빠져나가 시장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면밀히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통위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된 후 열린 첫 회의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정책 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따라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연 1.50%)를 넘어섰다. 한·미 금리 역전은 10년7개월만이다.
국내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 총재는 "최근 중국이 시장 개방 확대 등 개방적·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양국간 갈등이 확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분쟁이 무역전쟁으로까지는 극대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양국 갈등이 곧바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협상 테이블에서 정치적인 고려가 들어갈 수 있어 분쟁이 당장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국내 저물가 기조와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고용 부진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 총재는 "1분기 국내 소비자물가가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은 축산물 가격 하락, 석유류가격 상승폭 둔화 등의 영향 때문"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고 속도도 빠르진 않겠지만 점차 내수 회복의 영향을 받아 하반기 1%대 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가계부채에 대해선 당장의 리스크가 크진 않지만, 중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어 억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의 증가추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전체 총량 수준이 높고 부채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며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을 미리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고용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저조한 배경은 외국인 관광객 수 감소, 일부 기업·산업의 구조조정 등 일시적인 요인을 포함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고용이 부진하면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 등을 야기하고 장기화되면 잠재성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단기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4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다섯 달째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채선희 /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