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지역 고유성·다양성 살리는 개발이어야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R-ONE’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매매가격 중간값 기준으로 수도권의 주택가격이 비수도권에 비해 전용면적 ㎡당 259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2월 209만원보다 24% 더 벌어졌다. 반면 전세가격 차이는 179만원으로, 2012년 12월 101만원 대비 77% 더 커졌다.

전세가격의 지역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은 수도권 주거공간의 사용가치가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것을 말해주며, 이는 많은 사람이 수도권에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통계청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도시계획현황 통계를 통해 인구밀도를 살펴보면, 2016년 수도권이 2141명/㎢이고, 비수도권은 292명/㎢로 수도권이 약 7배 조밀하게 생활하고 있다. 주거면적은 수도권이 2만5402명/㎢, 비수도권이 1만5700명/㎢이며, 전체 면적 중 주거지역 비중이 수도권은 8.4%, 비수도권이 1.9%이지만 수도권 인구가 월등히 많아 밀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통해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고, 산업시설 등을 재배치함으로써 인구와 일자리 집중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해 규제하고, 총량규제와 대규모 개발사업 승인을 통해 인구집중 유발시설의 입지를 억제해 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었고, 산업시설도 유형과 종류만 달라졌을 뿐 전체 규모는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별로 이용 밀도가 커져 집중이 심화된 경우도 있어, 정비계획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수도권은 일자리, 교육, 문화 등 생활여건과 각종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단순한 총량 규제로는 인구 집중을 막을 수 없었다.

비수도권과 수도권을 가르는 양극화 패턴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비수도권 지역 안에서도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 간의 양극화를 볼 수 있다. 새로 조성된 신도심으로 인해 기존 구도심이 쇠퇴해 버리는 경우도 봐 왔다. 인구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인구를 빼앗기는 지역은 쇠퇴할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인 셈이다. 일본의 고민을 담은 《지방소멸》, 우리나라 문제를 다룬 《지방도시 살생부》는 인구 감소, 고령화, 저성장이 초래할 변화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두 서적은 공통적으로 지역과 잘 맞는 일자리, 경제 및 생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특성과 맞는 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적절한 생활공간을 마련하면 지역 쇠퇴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수도권정비계획은 ‘수도권을 억제해 지방이 반사적으로 이익을 얻는 제로섬’ 방식이었으나 인구 집중을 억제하지 못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는 일자리를 만들고 신도심을 통해 생활여건을 개선했지만 이전한 기관들이 있던 지역의 공동화와 이전한 지역의 구도심이 쇠퇴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인구는 일자리와 상권을 따라 이동했고, 인구 이동으로 지역 불균형은 심화돼 양극화로 이어졌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고심이 다른 형태의 양극화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역 중심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살려야 양극화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역 고유성은 쉽게 다른 지역으로 이식되지 않아 양극화도 전이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청와대는 개헌안을 발표했다. “수도권은 1등 국민, 지방은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됐다”고 설명하면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이야기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하면서 지방행정권, 자치권, 조세권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며칠 전 발표한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역에 맞는 경제와 생활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행정력을 갖추고, 뉴딜을 통해 구체적인 방향과 예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인구 집중과 양극화로 벌어진 ‘단순한’ 격차는 ‘지역성’을 살린 ‘실용적 다양함’으로 변화할 것이다. 대립하는 양극화가 아니라 윈윈하는 상생생태계가 조성되면 모든 국민은 어디에 살든 1등이 된다. 이젠 구상보다 실천이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