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희(30), 강혜지(28), 전인지(24), 최나연(31), 이정은6(22)….

12일 미국 하와이 코올리나GC(파72·6379야드)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 출전한 K골퍼들이다. ‘결정적 한 방’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2012년 창설된 롯데챔피언십은 한국 선수들에게 ‘약속의 땅’ 같은 대회다. 지금까지 여섯 번 열린 대회 중 세 번을 한국(계) 선수들이 제패했다. 준우승도 네 번이나 된다. 강한 돌풍과 까다로운 그린을 잘 요리하는 K골퍼들의 섬세함이 대회 코스와 잘 맞아떨어졌다. 우승자는 전통대로 ‘하와이안 훌라춤’을 추며 ‘아일랜드 퀸’에 오른 기쁨을 만끽한다.

‘훌라춤 세리머니’의 주인공은?

LPGA 투어 9년차 이일희(볼빅)에겐 ‘훌라춤’이 누구보다 절실하다. 1988년생인 그는 ‘골프여제’ 박인비, ‘파이널 퀸’ 신지애와 동갑내기 친구다. 하지만 LPGA 통산 19승(박인비), 프로 통산 50승(신지애)을 달성한 친구들과 달리 이일희는 2013년 5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올해 말 만료되는 후원 계약의 연장 여부도 성적에 달려 있다. 게다가 그는 풀시드(시즌 전체 출전권)가 없어 빈자리가 있거나 초청이 있어야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처지다.

그는 지난해 6만5476달러를 벌어 시즌 상금순위 123위로 연말 퀄리파잉스쿨로 밀렸다. 여기서도 공동 65위에 그치면서 20위까지 주는 풀시드를 놓쳤고, 45위까지 주는 조건부 시드도 따내지 못했다. ‘지옥의 큐스쿨행’ 수모를 겪지 않으려면 우승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더군다나 지난해까지 5라운드 90홀로 치렀던 큐스쿨 대회는 올해부터 8라운드 144홀로 늘어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강혜지도 마찬가지다. 이일희보다 더 이른 2009년 루키로 데뷔했으니, 올해가 꼭 투어 10년 차다. 우승 한 번 못해보고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2부 투어(시메트라 투어)와 1부 투어를 오가는 ‘셔틀 골퍼’로 투어 생활이 불안정하다. 2012년 창설대회 때부터 2016년까지 다섯 번 연속 대회에 출전한 경험은 강점이다. 강한 돌풍과 불규칙한 그린 등 대회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남은 건 존재감을 높이는 일이다.

강혜지·박인비 첫날 상위권 출발

전인지와 최나연에게도 반전이 필요하다. 전인지는 ‘준우승 징크스’를 깨야 한다. 지난해 우승 없이 준우승만 다섯 번 한 그는 이 대회에서도 2016년, 2017년 2년 연속 준우승해 아쉬움이 남다르다.

최나연은 2015년 6월 월마트아칸사스챔피언십 이후 시작된 ‘우승 가뭄’을 끊어야 한다. 앞서 출전한 2개 대회에서 연속 커트 탈락하는 등 올 시즌 출발도 좋지 않았다. 겨우내 투자한 스윙과 퍼팅 교정이 좀체 궤도에 오르지 않아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정은6에게도 이 대회가 특별하다. 미국 무대 진출로 마음을 굳힌 이정은6은 초청선수로 출전한 이 대회 우승으로 내년도 LPGA 풀시드를 최대한 빨리 확보한 뒤 국내 투어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우승 없이 비회원 신분으로 LPGA 상금을 많이 쌓아 미국 투어로 진출한 박성현(25)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상위권 진입이 꼭 필요하다.

대회 첫날 명암은 엇갈렸다. 강혜지가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아내 4언더파 공동 2위로 분위기가 가장 좋다. 단독 선두 펑샨샨(5언더파)과는 1타 차에 불과하다. 이일희가 이븐파 공동 22위로 순항 채비를 갖췄다.

반면 전인지(2오버파 공동 49위), 이정은6(4오버파 공동 94위), 최나연(7오버파 공동 127위)은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앞서 열린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아쉬운 준우승에 그친 박인비가 3언더파 공동 5위로 통산 20승을 다시 노릴 수 있게 됐다. 박인비와 함께 올 시즌 1승씩을 똑같이 수확한 ‘기아클래식챔피언’ 지은희(32)도 3언더파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려 시즌 2승에 한걸음 다가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