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보다 진화한 LG 'AR 글라스' 나온다
LG전자가 증강현실(AR) 글라스 개발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게임용으로만 주로 사용되는 가상현실(VR) 기기보다 사용처가 넓은 데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로봇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최고개발책임자(CTO) 산하 조직에서 AR 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AR 글라스란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현실 세계와 가상의 그래픽이나 이미지 정보를 겹쳐서 볼 수 있도록 한 스마트 안경을 뜻한다. LG전자는 편리한 사용자 환경(UX)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자사 블루투스 이어폰인 ‘톤플러스’의 넥밴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배터리 등은 넥밴드에 넣도록 해 안경 무게를 최소화했다. 착용감과 무게는 기존 선글라스와 비슷한 수준까지 개선했다. 고개를 돌리면 그래픽 화면이 따라 움직이는 기술도 적용했다.

LG의 AR 글라스는 기존에 출시된 구글 글라스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기존의 구글 글라스는 일반 카메라 모듈이 적용돼 상대방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AR 글라스는 LG이노텍의 3D(3차원) 센싱 카메라 모듈을 적용할 경우 사물이나 인물을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시범 적용에도 들어갔다. LG전자는 자사가 개발한 AR 글라스를 통해 완전마비 장애인에게 로봇의 상태를 보여주고,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위험 메시지를 전달해 이용자가 최적의 자세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25년간 휠체어 생활을 했던 전 장애인 테니스 국가대표 이용로 박사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두 발로 걸어 성화봉송을 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은 이르면 1년 안에 개발이 끝날 예정이다. 사용자에게 해당 시점에 필요한 최적의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항공기 엔진을 조립하는 GE 정비사들은 구글 글라스에 나오는 안내에 따라 작업을 하기 때문에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사양에 맞춰 정확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LG전자 관계자는 “AR 글라스를 통해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면 실시간으로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며 “일상생활부터 의료, 학습, 레저 분야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사생활 침해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구글 글라스는 사생활 침해 우려와 비싼 가격 때문에 개인용 판매를 중단하고 기업용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