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권력서열 3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48·사진)이 11일(현지시간)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11월 중간선거를 7개월 앞두고서다. 공화당은 당장 선장부터 다시 뽑아야 하는 등 큰 혼란에 빠졌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하원의장으로서 공화당을 이끌며 있었던 모든 일에 후회가 없다. 이제 남편과 아버지로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족에 충실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어떤 선출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향 위스콘신주에서 1998년부터 12번 내리 당선된 그는 2015년 45세의 나이에 하원 의장에 올랐다.

라이언 의장은 “나는 지금 내 큰딸 나이(16세)에 아버지를 잃었다. (다음 선거에) 출마해 연임하게 되면 우리 아이들은 나를 계속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 명의 10대 자녀를 두고 있다.

공화당은 선거자금 모금 등 선거전 준비 중심에 서 있던 라이언 의장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100명)은 34명(민주당 26명, 공화당 8명)을, 하원은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현재 51 대 49)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우세 지역이 각각 168석과 179석으로, 공화당 우위(현재 238 대 192)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이언 의장은 중간선거 이후 자신과 공화당이 어떤 운명에 처할지 미리 알고 결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전통적인 보수가치를 강조해온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곳곳에서 충돌했다고 전했다. 라이언 의장 후임으로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