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경호 강영수 서종효 대구 희망토농장 이장.
왼쪽부터 유경호 강영수 서종효 대구 희망토농장 이장.
“서 이장의 3분 농법~.” 미나리를 다듬던 서종효 이장 앞에 유경호 이장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당황할 법도 한데 서 이장은 오히려 익숙한 표정이다. 바로 멘트가 쏟아진다. “자, 오늘은 미나리밭에 나와 있습니다. 제철 미나리 다듬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미나리를 다듬고 세척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3분 안에 끝내는 게 목표였지만 실패했다. 3분이 지나자 영상 속 서 이장 얼굴엔 모자이크가 덧씌워졌다. 유튜브 농사 전문 채널 농사직방의 핵심 콘텐츠 ‘서 이장의 3분 농법’ 시리즈 중 하나다. 농사직방은 청년 농부 서종효(32) 강영수(40) 유경호(28) 이장 등 세 명이 제작한다. 이들의 첫 번째 목표는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 있는 농장을 찾았다. “농업 예능을 만들고 싶다”는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유튜브의 농사 전문 채널 ‘농사직방’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옥상 비닐하우스 만들기’ 편 모습.
유튜브의 농사 전문 채널 ‘농사직방’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옥상 비닐하우스 만들기’ 편 모습.
도시 농부들에게 농사 팁을 전하는 ‘서 이장의 3분 농법’, 농기구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뇌쇄적인 농기구 리뷰’, 전국 각지의 농장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는 ‘열여섯시 내 고향’ 등이 농사직방의 주요 콘텐츠다. 농사직방을 기획한 유 이장은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고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1년간 활동했다. 그는 “두 경력을 모아 보니 농업과 관련한 재미있는 것을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작년 초 개설한 농사직방은 이렇게 생겨났다.

처음엔 재미에 집중했다. 그래야 관심을 끌 수 있고 농업 발전에도 미약하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농사직방에서 큰 인기를 끈 영상은 예상외로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이었다. 자막도 없이 제작한 정보성 콘텐츠다. 강 이장이 진행한 ‘옥상에 신기한 돔형 비닐하우스 만들기’는 1만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문의 전화도 쏟아졌다. 서 이장과 지역 농민이 함께 제작한 ‘경운기 시동법과 운전법’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웃기면서도 정보가 담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농사직방 구독자는 1117명. 유 이장은 “구독자가 생각만큼 빠르게 늘지는 않았지만 관련 업계에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대구 콘텐츠코리아랩이 주최한 영상제에서 대상도 받았다. 농사직방의 올해 구독자 목표는 5000명이다.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렸지만 이들의 본업은 농부다. 희망토농장이라는 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지와 비닐하우스 세 개 동을 포함, 9900㎡ 규모다. 시유지를 저렴하게 임차했다. 다양한 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채소동, 과수동, 산나물동, 텃논 등을 촘촘히 배치했다. 채소동 한 곳에만 30가지 이상의 작물을 심는다. 학교를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서 이장과 강 이장이 8개 학교의 강사를 맡고 있다. 어른들이 농업을 체험할 공간도 마련했다. 희망토농장 면적의 20%인 약 1990㎡를 주말농장으로 분양하고 있다.

희망토농장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대 농대를 다니던 서 이장이 만든 텃밭 동아리 이름이 희망토다. 교내 텃밭을 가꾸던 그는 2013년 졸업 후 같은 이름의 교육농장을 열었다. 서 이장은 “당시 세계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대학원에서 환경을 공부하던 강 이장이 합류했고 이어 서 이장의 경북대 농대 후배이자 희망토 동아리 2대 회장인 유 이장도 졸업 뒤 농장으로 뭉쳤다. 이장이라는 명칭은 동아리 시절부터 사용하던 것이다.

희망토농장은 돈을 벌고 있을까. 재무담당인 강 이장은 “지난해 결산을 해보니 농장도 약간의 이익을 냈다”며 “강의료 등을 더하면 각자 인건비 정도는 나온다”고 말했다.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해서 거두는 수익도 있다. 양이 많지 않고 시장에 내다 팔 정도로 모양이나 크기가 좋지는 않지만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판매 소식을 올리면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 사간다.

문제는 언제까지 대구 요지 수성구에서 농장을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주변이 개발되면 땅값이 오르고 저렴하게 임차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농장을 농촌에 더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때 규모를 키워 ‘농장 마을’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희망토농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 이장이 창업 당시부터 생각하던 굶주림 문제의 해결이다. 그는 “국내에서 농장 마을을 꾸미는 데 성공하면 아프리카 등에 비슷한 모델의 농장 마을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 거창한 꿈일 수도 있지만 계속 얘기하고 실천하다 보면 목표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구=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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