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라면 매출이 7년 만에 꺾여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는 라면업계 분석이 나왔다. 판촉비와 할인율을 더이상 줄일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그려졌다.
주요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열어봤다.
오뚜기의 면제품류(당면·국수 포함) 매출액은 6804억원으로 전년의 6865억원 대비 약 60억원 가량 줄었다. 반면에 건조식품류와 양념소스류는 각각 70억원과 40억원가량 늘었고 유지류와 농수산 가공품류도 각각 70억원과 450억원 정도 늘었다.
오뚜기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5.74% 증가한 2조1262억원을 기록했다.
라면의 매출액이 7년 만에 역성장해 가격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면 반대로 매출액이 늘어난 건조식품·양념소스·유지·가공품 품목들은 가격을 내려야 맞는 것일까.
농심의 같은 기간 동안 라면 매출액은 1조6488억원으로 전년의 1조6540억원보다 50억원 가량 줄었지만, 수출은 50억원 이상 늘어났다. 삼양식품의 경우 수출 실적이 두 배 이상 늘어 면류 매출액은 1020억원이나 불어났다.
음식료 가격의 조정은 매출이 아니라 원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 소주 업계 관계자는 "가격 조정의 주요인은 인건비와 물류비 등 '원가비용'"이라며 "매출이 역성장했다고 해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뚜기 관계자도 "지난해 '진짬뽕' 등 히트 상품의 매출이 주춤하면서 판매 수량이 늘었지만, 판매액은 다소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내수시장에선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라고 했다.
라면의 주원료인 밀가루 가격은 올랐을까. 밀가루는 오히려 지난해 1분기(1~3월)부터 하락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월 식료품 물가지수(PPI)는 116.8포인트로 전년 동월과 전월 대비 각각 0.5포인트와 0.1포인트씩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밀가루와 우유는 작년 내내 하락세였고, 그나마 상승세를 유지하던 설탕 역시 올 2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라면업계의 내수 시장점유율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도 식품업체를 내수주(株)로 구분해 투자자금을 배분하고 있지만,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내수기업은 이미 수출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매출액 역성장을 내수시장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수 경쟁에서 밀린 삼양식품은 2014년 220억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을 지난해 205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3년 만에 수출액이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힘입어 매출액도 2014년 3146억원에서 4584억원으로 뛰었다.
삼양식품의 매출액과 수출액 가운데 '불닭볶음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5%와 85%에 달한다. 석달 전 출시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월 평균 1200만개, 총 3600만개가 팔렸다.
BNK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삼양식품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통해 삼양식품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1.6%와 12.7% 늘어난 1303억원과 147억원(영업이익률 11.3%)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