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빨랐지만 다국적제약사에 상품화 역전…회사 측 "다른 신약 개발 집중"
업계 "회사 비난 말고 신약 상업화 어려움 돌아보는 계기 삼아야"


한미약품의 '아픈 손가락'인 폐암 신약 '올리타' 개발이 13일 전격 중단됐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의 첫 신약으로 허가되면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이후 다국적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부작용 논란, 임상시험 지연 등의 우여곡절이 계속된 끝에 결국 개발이 중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올리타 개발 중단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시장 경쟁력'이라는 변수를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신약의 배출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시장에서 승부를 볼만한 신약을 내놔야 하는 시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 올리타, '타그리소'보다 시작 빨랐지만 역전당해
한미약품이 개발을 중단한 데에는 올리타가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이유가 가장 크다.

동일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임상 3상을 마치고 전 세계 40여개국에 출시됐기 때문이다.

올리타의 시장 경쟁력은 2016년 9월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과 올리타정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했을 때부터 문제로 거론돼왔다.

당시 베링거인겔하임은 폐암 표적항암제의 최근 개발 동향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올리타를 이전한 건 2015년 7월이고,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건 그해 11월이다.

베링거인겔하임으로서는 이미 경쟁 약물이 허가를 받고 출시된 상황에서 임상시험에 수천억원을 추가로 쏟아 부을 명분이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 국내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보고되는 등 악재가 겹쳤고, 결국 올리타는 임상 3상 시험은 시작도 못한 채 퇴장하게 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리타가 타그리소보다 시작은 빨랐지만 다국적제약사의 R&D 투자 비용과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데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이전 계약 해지 등으로 글로벌 개발 속도가 늦어진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연간 5조9천억원을 R&D에 투자한다.

한미약품의 R&D 비용은 지난해 기준 매출의 18.6%인 1천700억원이다.

◇ 국산 신약 경쟁력 도마 위…"회사 역량 문제 비화 말아야"
올리타 개발 중단에 따라 국산 신약의 경쟁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산 신약 26개(2017년 말 29개)의 생산실적은 1천678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생산실적(18조8천61억원)의 0.9%를 차지했다.

국산 신약의 생산 규모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체 의약품의 1% 비중도 안된다는 의미다.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은 물론 안방에서도 '시장에서의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발 앞선 다국적제약사들이 대규모 임상시험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는 데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리타의 경우 타그리소의 허가와 출시 등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을 인식한 시점에서 일찍 포기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올리타의 개발 중단을 국산 신약의 경쟁력 부족으로 비화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약 개발과 성공, 성공 이후 상업화 단계의 어려움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개별 제약사가 적지 않은 돈을 쏟아 붓고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산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현 상황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와 보건의료계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약품도 이번 결정이 올리타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효율적인 R&D 비용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사는 올리타 대신 다른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 '올리타' 실패… "경쟁력 없는 신약은 무용지물" 의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