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부는 '열린 대입안' 이라는데… 입 못 여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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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 연구중… 지금 상황에선…
난처한 입장에 공자님 말씀만
교육부 지켜보는데 무슨 말을…
김동윤 지식사회부 기자
난처한 입장에 공자님 말씀만
교육부 지켜보는데 무슨 말을…
김동윤 지식사회부 기자
![[현장에서] 정부는 '열린 대입안' 이라는데… 입 못 여는 대학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4/01.16469128.1.jpg)
대학 의견이 궁금해 국내 주요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A대학 입학처 관계자에게 “교육부가 제시한 5개 시안 중 어떤 안을 가장 선호하냐”고 질문하자 “국가교육회의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면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무심한 답변이 돌아왔다.
B대학 입학처 관계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 역시 “아직 확정된 안이 나오지 않아 의견을 내기 어렵다”면서도 “수험생과 학부모 부담을 덜면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는 원론적 대답만 했다. C대학은 처음에 의견을 물었더니 “내부 회의를 거친 후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반나절 정도 지난 뒤 C대학 관계자는 “5개 시안이 나왔을 뿐이고, 이 또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의견을 내놓기가 난처하다”고 말했다.
결국 3개 대학의 답변은 모두 ‘공자님 말씀’에 가까웠다. 도대체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이냐는 들끓는 여론에는 눈감은 듯하다. 그러면서 이들 세 대학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익명’을 요구했다.
답답함에 대한 답은 또 다른 대학 쪽에서는 풀 수 있었다. D대학 관계자는 “기자들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을 상대로 취재한다는 걸 교육부가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익명이어도 솔직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는 교육부가 직접 이들 대학에 전화를 돌려 압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 개편안 시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이 공감하는 숙의·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열린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학생 선발의 주체인 대학들은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