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위험 변동 꼭 보험사에 통지"… 설계사에게도 일부 권한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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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보험계약자의 알릴 의무와 보험설계사의 지위 (대법원 2006년 6월30일 선고 2006다19672,19689 판결)
심 영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심 영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보험이란 같거나 비슷한 위험을 가진 사람들이 위험이 현실화(보험사고의 발생)되는 경우에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입은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기 위한 것이고, 생명이나 신체에 관한 사고에 대비하는 인(人)보험은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약속한 금액을 받기 위한 것이다.
보험제도는 역기능도 갖고 있다.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노리는 보험 범죄가 발생할 수 있고, 보험에 가입한 후에는 사고에 대한 무관심이나 부주의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보험계약자는 자신의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위험 정도를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에 위험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지 않기 위해 이를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법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험에 대해 중요한 사항을 알리도록 의무를 지운다. 이를 고지의무(告知義務)라고 한다. 보험회사는 이를 통해 상대방의 위험을 측정하고 해당 보험계약을 체결할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면 보험계약자에게 얼마의 보험료를 부과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리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이미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기간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 이를 통지의무(通知義務)라 한다. 통지를 받은 보험회사는 1개월 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현저한 위험 변경 증가 사실을 알면서도 보험회사에 통지하지 않으면 보험회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보험사에 통지해야 유효”
많은 보험계약은 보험설계사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보험계약자는 누구에게 알려야 고지의무 또는 통지의무를 다한 것일까. 보험설계사에게 알렸다면 의무 이행이 된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 ‘대법원 2006년 6월30일 선고 2006다19672,19689 판결’이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알아보자. A는 자신 소유의 공장건물을 임대하면서 X보험사와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A는 건물을 금속가공 및 의장, 기계부품류 가공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에 임대했다. A는 보험목적물의 영위업종을 금속가공, 조립 및 의장으로 고지해 이런 업종을 기준으로 한 보험요율이 적용됐다. 그 후 A는 보험목적물인 공장건물 중 일부를 유사석유화학제품 제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임대했는데 그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X보험사는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A에게 통지했다.
X보험사는 건물의 용도를 금속가공업에서 화재위험이 높은 유사석유화학제품 제조업으로 변경해 위험의 뚜렷한 증가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A가 보험사에 이를 알리지 않았으므로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A에게 보험계약 해지 통지를 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는 X보험사의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인 B에게 유사석유화학제품 제조업자에게 건물을 임대했음을 알렸으므로 통지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설계사는 보험계약 체결 권한 없어
대법원은 “보험설계사는 특정 보험자(보험회사)를 위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일 뿐 보험자를 대리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 대해 하는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도 없으므로, 보험설계사가 통지의무의 대상인 ‘보험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곧 보험자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보험 목적 건물에서 영위하고 있는 업종이 변경된 사실을 보험설계사인 B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X보험사가 이런 사실을 알았다거나 A가 X보험사에 위와 같은 업종변경 사실을 통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회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에 소속돼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로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한다. 대법원이 보험설계사에게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을 주지 않는 이유는 ①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를 위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에 불과해 보험자를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데, 고지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여부와 보험료 결정을 위해 필요하고 통지의무는 보험계약의 주요사항 변경을 보험회사에 미리 알려줌으로써 보험계약을 변경이나 해지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그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보험계약 체결 권한을 가진 자로 봐야 한다는 점과 ②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 체결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이해관계를 가진 자로서 통지수령의 적정한 관리가 이뤄지지 아니하면 보험단체의 이익을 해치게 돼 보험제도의 기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설계사 역할에 대한 인식 고려해야
그러나 많은 경우 보험계약은 보험설계사의 안내와 권유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에게 고지 또는 통지를 하는 것이 편리하고 보험설계사에 대한 통지로써 통지의무를 이행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동차보험과 같이 일부 정형화된 보험 분야에서는 엄격한 절차와 방식을 조건으로 법 개정을 통해 보험설계사에게 고지·통지 수령권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상법 규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간의 개별적인 채권계약이다. 당사자의 의사를 중요시하는 사적자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보험계약은 보험회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보험약관을 가지고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따라서 보험회사에 비해 보험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의 보험약관 신고제도와 약관규제법을 통해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상법은 더 두터운 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상법 제663조는 상법 보험편의 모든 규정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에게 당사자 간의 특별약정으로 불이익하게 변경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라고 한다.
보험계약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약관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변경된 해당 약관 조항은 무효가 된다. 계약 자체나 약관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 약관이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유효한 약관 조항으로 되지 않는다. 단, 상법 규정보다 보험계약자 등에게 유리하게 변경되거나 보험회사에 불리하게 변경된 내용의 약관 조항은 유효하다.
보험제도는 역기능도 갖고 있다. 고의로 보험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노리는 보험 범죄가 발생할 수 있고, 보험에 가입한 후에는 사고에 대한 무관심이나 부주의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보험계약자는 자신의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위험 정도를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에 위험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지 않기 위해 이를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법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험에 대해 중요한 사항을 알리도록 의무를 지운다. 이를 고지의무(告知義務)라고 한다. 보험회사는 이를 통해 상대방의 위험을 측정하고 해당 보험계약을 체결할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면 보험계약자에게 얼마의 보험료를 부과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리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이미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기간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회사에 이를 통지해야 한다. 이를 통지의무(通知義務)라 한다. 통지를 받은 보험회사는 1개월 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현저한 위험 변경 증가 사실을 알면서도 보험회사에 통지하지 않으면 보험회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보험사에 통지해야 유효”
많은 보험계약은 보험설계사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보험계약자는 누구에게 알려야 고지의무 또는 통지의무를 다한 것일까. 보험설계사에게 알렸다면 의무 이행이 된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 ‘대법원 2006년 6월30일 선고 2006다19672,19689 판결’이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알아보자. A는 자신 소유의 공장건물을 임대하면서 X보험사와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A는 건물을 금속가공 및 의장, 기계부품류 가공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에 임대했다. A는 보험목적물의 영위업종을 금속가공, 조립 및 의장으로 고지해 이런 업종을 기준으로 한 보험요율이 적용됐다. 그 후 A는 보험목적물인 공장건물 중 일부를 유사석유화학제품 제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임대했는데 그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X보험사는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A에게 통지했다.
X보험사는 건물의 용도를 금속가공업에서 화재위험이 높은 유사석유화학제품 제조업으로 변경해 위험의 뚜렷한 증가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A가 보험사에 이를 알리지 않았으므로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A에게 보험계약 해지 통지를 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는 X보험사의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인 B에게 유사석유화학제품 제조업자에게 건물을 임대했음을 알렸으므로 통지의무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설계사는 보험계약 체결 권한 없어
대법원은 “보험설계사는 특정 보험자(보험회사)를 위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일 뿐 보험자를 대리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 대해 하는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도 없으므로, 보험설계사가 통지의무의 대상인 ‘보험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곧 보험자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보험 목적 건물에서 영위하고 있는 업종이 변경된 사실을 보험설계사인 B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X보험사가 이런 사실을 알았다거나 A가 X보험사에 위와 같은 업종변경 사실을 통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회사·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에 소속돼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로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한다. 대법원이 보험설계사에게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을 주지 않는 이유는 ①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를 위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에 불과해 보험자를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데, 고지의무는 보험계약 체결 여부와 보험료 결정을 위해 필요하고 통지의무는 보험계약의 주요사항 변경을 보험회사에 미리 알려줌으로써 보험계약을 변경이나 해지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그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보험계약 체결 권한을 가진 자로 봐야 한다는 점과 ②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 체결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이해관계를 가진 자로서 통지수령의 적정한 관리가 이뤄지지 아니하면 보험단체의 이익을 해치게 돼 보험제도의 기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설계사 역할에 대한 인식 고려해야
그러나 많은 경우 보험계약은 보험설계사의 안내와 권유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보험설계사에게 고지 또는 통지를 하는 것이 편리하고 보험설계사에 대한 통지로써 통지의무를 이행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동차보험과 같이 일부 정형화된 보험 분야에서는 엄격한 절차와 방식을 조건으로 법 개정을 통해 보험설계사에게 고지·통지 수령권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상법 규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간의 개별적인 채권계약이다. 당사자의 의사를 중요시하는 사적자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보험계약은 보험회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보험약관을 가지고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따라서 보험회사에 비해 보험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보험계약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의 보험약관 신고제도와 약관규제법을 통해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상법은 더 두터운 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상법 제663조는 상법 보험편의 모든 규정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에게 당사자 간의 특별약정으로 불이익하게 변경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라고 한다.
보험계약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약관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변경된 해당 약관 조항은 무효가 된다. 계약 자체나 약관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 약관이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유효한 약관 조항으로 되지 않는다. 단, 상법 규정보다 보험계약자 등에게 유리하게 변경되거나 보험회사에 불리하게 변경된 내용의 약관 조항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