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화백 재조명 열풍… 그림 값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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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탄생 100주년… 줄 잇는 전시회
국립현대미술관서 삶과 예술 조명
진주 이어 프랑스도 회고전 준비
한국 여성 최초 파리 유학
동·서양 아우른 추상화로 명성
2009년 작고 후 작품 거래 활발
2015~2017년 경매서 86점 낙찰
홍콩크리스티선 '완판' 이어져
경매 최고가는 '봄의 비약' 5억원
국립현대미술관서 삶과 예술 조명
진주 이어 프랑스도 회고전 준비
한국 여성 최초 파리 유학
동·서양 아우른 추상화로 명성
2009년 작고 후 작품 거래 활발
2015~2017년 경매서 86점 낙찰
홍콩크리스티선 '완판' 이어져
경매 최고가는 '봄의 비약' 5억원
‘한국 추상미술의 여걸’ 이성자 화백(1918~2009·사진)은 1935년 일본 도쿄에서 유학한 뒤 의사와 결혼해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던 그는 결국 이혼을 택하고 1951년 서른셋의 나이에 세 아이를 뒤로한 채 아무 연고도 없는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1953년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회화와 조각을 공부하며 추상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존재가 한국에 알려진 것은 한·불문화협정이 체결된 1965년.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미술가들이 드물던 당시, 여성이 프랑스에서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파리 화단에서 명성을 얻은 그는 예술문학 분야에서 독창성을 발휘한 작가에게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 올해가 ‘화단의 페미니스트’라 평가받는 이 화백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국내외 화단에서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는 회고전이 잇달아 열리고, 미술시장에서도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오는 7월29일까지 이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을 펼친다. 전시회 주제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회화와 판화, 목각 등 시기별 주요 작품 123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을 ‘조형탐색기’ ‘여성과 대지’ ‘음과 양’ 등 네 주제로 나눠 보여준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작가가 작업하며 쌓아올린 삶과 예술정신을 파노라마처럼 엿볼 수 있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은 지난 6일 특별전 ‘대지 위에 빛나는 별’을 개막했다. 여성과 대지, 음과 양, 대척지로 가는 길, 일무 등 시기별로 4단계로 구분해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두루 걸었다. 미술관은 전시 기간 동안 탄생 100주년 행사, 사생대회, 초청강연, 학술대회, 공모전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화백의 아들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이 운영하는 이성자기념관도 상설전(7월29일까지)과 함께 작품 소장처 확인을 통한 도록 작업으로 국내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도 이 화백 작품전이 마련된다. 프랑스 남부 투레트시립미술관은 7월7일부터 두 달간 다양한 작품을 걸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재조명할 방침이다. ◆50여 년간 1만4000여 점 창작
이 화백의 그림은 이국땅에서 꿋꿋이 살아온 한 여성 화가의 삶을 다시 보는 창(窓)이다. 고향 진주의 산과 들, 세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그의 작품에서 색채와 형태로 배어나온다. 고국에 두고 온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듯 고국의 하늘과 대지, 생명의 근원, 음과 양의 세계를 화폭에 촘촘히 새겼다.
평생 붓질하고, 목판을 깎고, 도자까지 그의 작품(1만4000여 점)은 기법과 표현에서 프랑스 화단의 영향을 받았다. 2016년 작고한 프랑스 소설가 미셸 뷔토르는 이 화백을 ‘동녘의 여대사’라 불렀다. 그는 “프랑스 문화와 세태뿐만 아니라 깊숙한 시골의 야생 들꽃을 비롯한 프랑스 자연에 대해서도 가장 정통한 한국의 대표적 여인”이라고 격찬했다.
◆경매 10억원 돌파 여부 관심
이 화백의 이 같은 삶의 여정을 풀어낸 작품들은 최근 단색화 및 추상화 열풍과 맞물리면서 수요층이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2013년 이후 5년간 홍콩크리스티 경매에 총 26점이 출품돼 ‘완판’(낙찰률 100%·낙찰총액 34억원)되며 인기를 확인했다. 2016년 5월 홍콩경매에서는 1963년작 ‘봄의 비약’이 364만홍콩달러(수수료 포함 약 5억원)에 팔려 자신의 경매 최고가를 세웠다.
국내 경매시장에서도 작고 이후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2015~2017년 경매시장에서는 출품작 112점 중 86점(낙찰총액 10억원·낙찰률 76.7%)이 팔려나갔다. 국내 미술품 경매가 시작된 1998년 이후 거래된 물량(221점)의 38.9%가 이 기간 거래됐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이 화백이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추상화 대표 작가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10억원대 진입은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1953년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회화와 조각을 공부하며 추상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존재가 한국에 알려진 것은 한·불문화협정이 체결된 1965년.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미술가들이 드물던 당시, 여성이 프랑스에서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파리 화단에서 명성을 얻은 그는 예술문학 분야에서 독창성을 발휘한 작가에게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 올해가 ‘화단의 페미니스트’라 평가받는 이 화백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국내외 화단에서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는 회고전이 잇달아 열리고, 미술시장에서도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오는 7월29일까지 이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을 펼친다. 전시회 주제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회화와 판화, 목각 등 시기별 주요 작품 123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을 ‘조형탐색기’ ‘여성과 대지’ ‘음과 양’ 등 네 주제로 나눠 보여준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작가가 작업하며 쌓아올린 삶과 예술정신을 파노라마처럼 엿볼 수 있다.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은 지난 6일 특별전 ‘대지 위에 빛나는 별’을 개막했다. 여성과 대지, 음과 양, 대척지로 가는 길, 일무 등 시기별로 4단계로 구분해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두루 걸었다. 미술관은 전시 기간 동안 탄생 100주년 행사, 사생대회, 초청강연, 학술대회, 공모전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화백의 아들 신용극 유로통상 회장이 운영하는 이성자기념관도 상설전(7월29일까지)과 함께 작품 소장처 확인을 통한 도록 작업으로 국내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프랑스에서도 이 화백 작품전이 마련된다. 프랑스 남부 투레트시립미술관은 7월7일부터 두 달간 다양한 작품을 걸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재조명할 방침이다. ◆50여 년간 1만4000여 점 창작
이 화백의 그림은 이국땅에서 꿋꿋이 살아온 한 여성 화가의 삶을 다시 보는 창(窓)이다. 고향 진주의 산과 들, 세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그의 작품에서 색채와 형태로 배어나온다. 고국에 두고 온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듯 고국의 하늘과 대지, 생명의 근원, 음과 양의 세계를 화폭에 촘촘히 새겼다.
평생 붓질하고, 목판을 깎고, 도자까지 그의 작품(1만4000여 점)은 기법과 표현에서 프랑스 화단의 영향을 받았다. 2016년 작고한 프랑스 소설가 미셸 뷔토르는 이 화백을 ‘동녘의 여대사’라 불렀다. 그는 “프랑스 문화와 세태뿐만 아니라 깊숙한 시골의 야생 들꽃을 비롯한 프랑스 자연에 대해서도 가장 정통한 한국의 대표적 여인”이라고 격찬했다.
◆경매 10억원 돌파 여부 관심
이 화백의 이 같은 삶의 여정을 풀어낸 작품들은 최근 단색화 및 추상화 열풍과 맞물리면서 수요층이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 2013년 이후 5년간 홍콩크리스티 경매에 총 26점이 출품돼 ‘완판’(낙찰률 100%·낙찰총액 34억원)되며 인기를 확인했다. 2016년 5월 홍콩경매에서는 1963년작 ‘봄의 비약’이 364만홍콩달러(수수료 포함 약 5억원)에 팔려 자신의 경매 최고가를 세웠다.
국내 경매시장에서도 작고 이후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2015~2017년 경매시장에서는 출품작 112점 중 86점(낙찰총액 10억원·낙찰률 76.7%)이 팔려나갔다. 국내 미술품 경매가 시작된 1998년 이후 거래된 물량(221점)의 38.9%가 이 기간 거래됐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이 화백이 국제시장에서 한국의 추상화 대표 작가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10억원대 진입은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