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하라’는 미국의 직접적인 요구가 거세지면서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우려했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미국의 환율 공세가 한층 거세지고 있는 만큼 외환당국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회사들이 올해 연간 평균 환율 전망치를 앞다퉈 낮추면서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050원대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환율 하락 가속… 1050원대 밑돌 수도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올 2월 말 달러당 1082원80전에서 지난 13일 1069원50전으로 하락했다. 한 달 반 만에 13원30전 떨어졌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연일 요동치고 있다. 올초만 해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하지만 남북한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 등으로 북한 위험요인이 완화되면서 다시 하락세를 띠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 간 환율 협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점차 가팔라졌다. 지난 2일엔 원·달러 환율이 3년5개월 만의 최저인 달러당 1056원60전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1050원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의 환율 협정 이슈가 제기된 상황에서 정책당국의 직간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달러화 약세 재개가 겹친 가운데 정책당국 개입 여지가 줄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0원을 하향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을 밑돈 건 3년 반 전인 2014년 10월29일(1047원30전) 후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대응이 없으면 달러당 1000원 수준까지 원화 강세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