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환율 공세로 한국 외환당국의 손발이 묶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경제 회복을 주도했던 수출에 비상등이 켜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올해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환율 하락(원화 강세)까지 겹칠 경우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은 달러당 1045원(중소기업 1046원, 대기업 1040원)으로 추산됐다. 적정 환율은 평균 1073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환율(13일 기준 달러당 1069원50전)이 적정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얘기다.
환율이 하락하면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은 타격을 보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 떨어지면 총수출은 0.5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기계분야가 0.76% 줄어들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정보기술(IT·0.57%), 자동차(0.40%), 석유화학(0.37%), 철강(0.35%), 선박(0.18%) 순으로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 수출 분야인 반도체에서는 환율 하락으로 업체마다 수천억원에서 조(兆) 단위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연평균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은 약 6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수출 감소는 국내 경기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경기를 떠받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515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월간 기준 5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악화하는 고용상황에다 1%대 초반에서 지지부진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고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과 마찬가지로 3.0%로 유지했다. 오정근 전 건국대 금융IT공학과 특임교수는 “한국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에 손을 놓으면 수출에는 초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며 “3%대 성장은 물 건너갈 뿐만 아니라 장기 불황에 시달리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