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늘에서 바이러스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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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엄청난 수의 바이러스가 하늘에서 쏟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와 스페인 그라나다대 연구진은 스페인 남부 시에라 네바다 산맥 하늘에서 떨어진 바이러스를 양동이로 받아 분석한 결과 매일 1㎡ 넓이에 8억개 바이러스와 수천만개 박테리아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학술지 ‘국제 미생물생태학저널’에 지난 2월에 공개했다.
○ 바다에 포함된 바이러스 바람에 실려 수천㎞ 여행
과학자들은 최근 20년간 서로 매우 다른 환경에서 유전적으로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들 바이러스가 먼 곳으로부터 이동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기상 현상이 일어나는 대류권 상층과 성층권 사이에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떠다니는 영역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커티스 서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바이러스는 지구 표면의 영향을 받지 않고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며 “북미 지역에서 발견한 바이러스를 아프리카에서 발견하는 일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바이러스는 파도의 비말(작은 물방울)이나 먼지 폭풍에 섞여 있다가 공기 중으로 들어간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대기 중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프레드 호일와 카디프대 찬드라 위크라마싱 교수 등이 주장한 ‘판스페르미아설’을 들어 이들 바이러스가 우주에서 날아왔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스페르미아설은 생명이 지구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 날아온 박테리아 포자에서 발생했다는 이론이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양동이에서는 수천 만개 박테리아도 함께 발견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보다 9~461배나 더 잘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보다 공기와 더 잘 달라붙어 공기 중에 훨씬 더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 생명체 살리는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고 생명체를 멸종시키는 가공할 파괴자로 불린다. 실제로 웨스트 나일바이러스가 까마귀를 공격하고 갈까마귀에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까닭에 미국 조류의 서식 환경이 급속히 바뀌었다. 하와이에서는 모기에서 유래한 조류폭스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여러 종의 야생 조류가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역사 기록에서도 바이러스의 가공할 공포는 자주 눈에 띈다. 이탈리아 군대가 1887년 북아프리카로 데려간 몇몇 소로부터 유래한 ‘우역’은 에리트리아부터 남아프리카까지 아프리카 전역을 휩쓸며 동아프리카의 지도와 식물상을 바꿔 놓았다. 당시 우역으로 일부 가축의 경우 95%가 사라졌고 가뭄까지 겹치면서 많은 아프리카인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면역 체계와 장내 미생물, 바다와 육지 생태계, 기후 변화 규제와 모든 생명체 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감염시키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를 숙주 DNA에 남긴다. 이런 방식으로 고대 바이러스의 DNA가 현대인의 신경계의 일부가 됐고 의식과 신경계, 기억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인간 게놈(유전체)의 40~80%는 바이러스가 침입해 남긴 흔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대기 중 미생물 운송 생태계 번성 역할
바다와 육지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바다에 사는 생명체의 총 무게 중 95%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이들의 멋잇감인 박테리아가 차지한다. 이들은 지구가 필요로 하는 산소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바닷물에서 걸러내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플랑크톤이 성장을 멈춘다. 니컬러스 머니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는 바다에 사는 바이러스가 매초 1조회 이상 세균을 감염시켜 매일 바다 박테리아의 20~40%를 갈아 치운다고 추정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생태계를 건강하고 균형 있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 과학자들은 지열 활동이 활발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사는 식물들이 곰팡이 도움을 받아 성장하며 이들 곰팡이 역시 바이러스 도움을 받아 생존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늘에서 바이러스가 떨어진다고 감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염 위험이 없는 비활성화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오히려 바이러스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대기 운동을 통한 미생물 수송 메커니즘이 생태계가 번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사벨 리치 그라나다대 교수는 “기후 변화로 허리케인 세기가 커지면서 바다로부터 공급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늘어나고 건조 지역이 확대되면서 대기 중 미생물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 바다에 포함된 바이러스 바람에 실려 수천㎞ 여행
과학자들은 최근 20년간 서로 매우 다른 환경에서 유전적으로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들 바이러스가 먼 곳으로부터 이동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기상 현상이 일어나는 대류권 상층과 성층권 사이에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떠다니는 영역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커티스 서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바이러스는 지구 표면의 영향을 받지 않고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며 “북미 지역에서 발견한 바이러스를 아프리카에서 발견하는 일은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바이러스는 파도의 비말(작은 물방울)이나 먼지 폭풍에 섞여 있다가 공기 중으로 들어간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대기 중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영국의 천문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프레드 호일와 카디프대 찬드라 위크라마싱 교수 등이 주장한 ‘판스페르미아설’을 들어 이들 바이러스가 우주에서 날아왔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스페르미아설은 생명이 지구에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다른 행성에서 날아온 박테리아 포자에서 발생했다는 이론이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양동이에서는 수천 만개 박테리아도 함께 발견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보다 9~461배나 더 잘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보다 공기와 더 잘 달라붙어 공기 중에 훨씬 더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 생명체 살리는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고 생명체를 멸종시키는 가공할 파괴자로 불린다. 실제로 웨스트 나일바이러스가 까마귀를 공격하고 갈까마귀에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까닭에 미국 조류의 서식 환경이 급속히 바뀌었다. 하와이에서는 모기에서 유래한 조류폭스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여러 종의 야생 조류가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역사 기록에서도 바이러스의 가공할 공포는 자주 눈에 띈다. 이탈리아 군대가 1887년 북아프리카로 데려간 몇몇 소로부터 유래한 ‘우역’은 에리트리아부터 남아프리카까지 아프리카 전역을 휩쓸며 동아프리카의 지도와 식물상을 바꿔 놓았다. 당시 우역으로 일부 가축의 경우 95%가 사라졌고 가뭄까지 겹치면서 많은 아프리카인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면역 체계와 장내 미생물, 바다와 육지 생태계, 기후 변화 규제와 모든 생명체 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감염시키는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자를 숙주 DNA에 남긴다. 이런 방식으로 고대 바이러스의 DNA가 현대인의 신경계의 일부가 됐고 의식과 신경계, 기억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인간 게놈(유전체)의 40~80%는 바이러스가 침입해 남긴 흔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대기 중 미생물 운송 생태계 번성 역할
바다와 육지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바다에 사는 생명체의 총 무게 중 95%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이들의 멋잇감인 박테리아가 차지한다. 이들은 지구가 필요로 하는 산소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바닷물에서 걸러내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플랑크톤이 성장을 멈춘다. 니컬러스 머니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는 바다에 사는 바이러스가 매초 1조회 이상 세균을 감염시켜 매일 바다 박테리아의 20~40%를 갈아 치운다고 추정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생태계를 건강하고 균형 있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 과학자들은 지열 활동이 활발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사는 식물들이 곰팡이 도움을 받아 성장하며 이들 곰팡이 역시 바이러스 도움을 받아 생존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늘에서 바이러스가 떨어진다고 감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염 위험이 없는 비활성화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오히려 바이러스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대기 운동을 통한 미생물 수송 메커니즘이 생태계가 번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사벨 리치 그라나다대 교수는 “기후 변화로 허리케인 세기가 커지면서 바다로부터 공급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늘어나고 건조 지역이 확대되면서 대기 중 미생물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