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팔레스타인 사이… 사우디의 '두 토끼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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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공습 지지, 예루살렘 선언은 반대
이란 고립시키면서 이슬람 종주국 위상도 유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휘몰아치는 중동 정책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응이 관심을 끈다.
중동 정세의 현상유지를 바랐던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혼란과 반목이 뻔히 예상되는 중동의 민감한 사안을 과감히, 또는 무모하게 뒤집어 놓고 있다.
이란 핵합의 파기 위협이나 2차례의 시리아 미사일 공격, 이른바 '예루살렘선언'(이스라엘의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인정하고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선언) 등이 해당 사례다.
미국의 전통 우방 사우디는 전임 오바마 정부와 소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찾으면서 양국의 관계가 빠르게 복원됐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란 적대 정책은 양국이 밀착을 회복하는 공통분모가 됐다.
이란을 고립, 압박하는 미국의 정책에 사우디는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이를 외교에 이용했다.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위협을 등에 업고 사우디 정부는 이란을 테러 지원국이자 핵무기 개발 직전의 위험국으로 각인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이 지난해 4월에 이어 이달 14일 시리아 정부군 시설을 공습하자 사우디는 아랍 이슬람권이 이를 지지하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이란이 시리아 정부를 직접 지원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사우디도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군사 행동의 조준경은 사실상 이란을 향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란은 서방의 시리아 공습을 지지한 이슬람권 정부는 무슬림의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중동 정책은 사우디를 난처하게 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선언이다.
아랍 이슬람권의 지도국을 자임하는 사우디로선 트럼프 정부가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다고 전격 선언하자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미국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사우디가 예루살렘 선언에 주춤한 사이 경쟁국 이란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내통한 나머지 이슬람의 성지를 내줬다면서 이슬람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흔들었다.
마침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공적 이란을 압박하려고 '대이란 공동 전선'을 형성하려고 물밑 접촉한다는 의혹이 짙어지던 터였다.
사우디 등 아랍 이슬람권 대부분 국가는 팔레스타인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탄압하고 땅을 점령한 이스라엘과 접촉은 이들에게 금기 중 금기다.
자신들의 종교적 권위를 겨냥한 이란의 공세와 이슬람권에서 서서히 커지는 의심을 의식한 사우디는 뒤늦게 예루살렘선언에 입장을 선명하게 했다.
15일 자국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살만 사우디 국왕은 이 회의를 '알쿠드(예루살렘) 정상회의'라고 이름 붙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선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살만 국왕은 개막 연설에서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는 미국 정부의 결정을 규탄한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라면서 팔레스타인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그러면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5천만 달러,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기부지원 프로그램에 1억5천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미국의 중동 정책은 일관된다.
그러나 사우디의 입장에선 좌충우돌하는 미국 정부 탓에 이란에 대한 압박과 이슬람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처지다. 사우디는 양립하기 어려운 이 두 정치적 간극을 '오일 달러'로 메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방문에 맞춰 최대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무기를 사는 계약을 맺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해 2월 사우디가 미국에 2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 규모가 4천억 달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향과 일치한다.
사우디에서 얻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의 반대급부로 미국은 사우디에 예루살렘선언 반대와 같은 정치적 발언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모양새다.
사우디가 지금처럼 이슬람 지도국으로서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권을 이끌어준다면 미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우디의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성공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디는 이란으로 시선을 분산해 미국과 팔레스타인 사이 어느 한 지점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고,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지렛대로 사우디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양국의 충돌은 중동 정세 전체가 불안해지는 악재이지만, 원유 가격이 오른다는 점에서 모두 이득을 보는 측면도 있다.
/연합뉴스
이란 고립시키면서 이슬람 종주국 위상도 유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휘몰아치는 중동 정책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응이 관심을 끈다.
중동 정세의 현상유지를 바랐던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혼란과 반목이 뻔히 예상되는 중동의 민감한 사안을 과감히, 또는 무모하게 뒤집어 놓고 있다.
이란 핵합의 파기 위협이나 2차례의 시리아 미사일 공격, 이른바 '예루살렘선언'(이스라엘의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인정하고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선언) 등이 해당 사례다.
미국의 전통 우방 사우디는 전임 오바마 정부와 소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찾으면서 양국의 관계가 빠르게 복원됐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란 적대 정책은 양국이 밀착을 회복하는 공통분모가 됐다.
이란을 고립, 압박하는 미국의 정책에 사우디는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이를 외교에 이용했다.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위협을 등에 업고 사우디 정부는 이란을 테러 지원국이자 핵무기 개발 직전의 위험국으로 각인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이 지난해 4월에 이어 이달 14일 시리아 정부군 시설을 공습하자 사우디는 아랍 이슬람권이 이를 지지하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이란이 시리아 정부를 직접 지원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사우디도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군사 행동의 조준경은 사실상 이란을 향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란은 서방의 시리아 공습을 지지한 이슬람권 정부는 무슬림의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중동 정책은 사우디를 난처하게 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선언이다.
아랍 이슬람권의 지도국을 자임하는 사우디로선 트럼프 정부가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다고 전격 선언하자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미국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사우디가 예루살렘 선언에 주춤한 사이 경쟁국 이란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내통한 나머지 이슬람의 성지를 내줬다면서 이슬람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흔들었다.
마침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공적 이란을 압박하려고 '대이란 공동 전선'을 형성하려고 물밑 접촉한다는 의혹이 짙어지던 터였다.
사우디 등 아랍 이슬람권 대부분 국가는 팔레스타인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탄압하고 땅을 점령한 이스라엘과 접촉은 이들에게 금기 중 금기다.
자신들의 종교적 권위를 겨냥한 이란의 공세와 이슬람권에서 서서히 커지는 의심을 의식한 사우디는 뒤늦게 예루살렘선언에 입장을 선명하게 했다.
15일 자국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살만 사우디 국왕은 이 회의를 '알쿠드(예루살렘) 정상회의'라고 이름 붙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선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살만 국왕은 개막 연설에서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는 미국 정부의 결정을 규탄한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라면서 팔레스타인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그러면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5천만 달러,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기부지원 프로그램에 1억5천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미국의 중동 정책은 일관된다.
그러나 사우디의 입장에선 좌충우돌하는 미국 정부 탓에 이란에 대한 압박과 이슬람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처지다. 사우디는 양립하기 어려운 이 두 정치적 간극을 '오일 달러'로 메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방문에 맞춰 최대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무기를 사는 계약을 맺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해 2월 사우디가 미국에 2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 규모가 4천억 달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향과 일치한다.
사우디에서 얻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의 반대급부로 미국은 사우디에 예루살렘선언 반대와 같은 정치적 발언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모양새다.
사우디가 지금처럼 이슬람 지도국으로서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권을 이끌어준다면 미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우디의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성공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디는 이란으로 시선을 분산해 미국과 팔레스타인 사이 어느 한 지점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고,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지렛대로 사우디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양국의 충돌은 중동 정세 전체가 불안해지는 악재이지만, 원유 가격이 오른다는 점에서 모두 이득을 보는 측면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