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22) 아빠 존재감 8할은 '긍정적인 엄마의 말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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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조금은 억울한 일이다.
아이들과 여행을 가거나 재밌는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도 나, 쇼핑을 가서 옷을 골라주는 것도 나, 먹고 싶다는 음식을 해먹이는 것도 나, 평일 숙제를 봐주는 것도 모두 엄마인 내 몫이다.
남편이 늘 바쁜 덕분(?)에 맞벌이를 하면서도 퇴근 후 육아의 97% 지분을 차지하는 일명 '독박육아'인데도 아이들은 아빠가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아장아장 걷고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에게 우선순위는 늘 나였다.
늘 엄마 옆에서 자려고 하고 식당에서도 엄마 옆에 안 앉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아이들 덕분에 몸은 더 힘들었지만 속으로는 '내가 물고 빨며 기른 보람이 있군'하고 흐뭇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독박육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아이들은 점점 아빠를 그렇게도 좋아한다.
소작농이 피 땀 흘려 일궈놓은 농작물을 삽질 한 번 안 해 본 지주가 대부분 가져가는 게 이런 기분일까.
뭔가 투자 대비 손해 보는 느낌도 든다.
"아빠가 나보다 너네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도 아니고
너네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아빠가 왜 좋은거야?" 남편이 이렇게 투자 대비 엄청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두 내 입 덕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 있는 내가 아빠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않고 칭찬 일색이니 아이들도 덩달아 아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이다.
어린이날에도 맘대로 쉬지 못하는 남편 대신 아이들 몰래 선물을 준비해서 "이거 아빠가 우리 ㅇㅇ이 사주신거야~"라고 전달해줬다. 아이는 아빠가 자기를 위해 평소 갖고 싶었던 선물을 딱 골라 선물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편 없이 혼자 애들 봐야 할 땐 짜증 나고 힘도 났었지만 일부러 아이들 앞에서는 남편의 칭찬만 했다.
법륜 스님이 말씀하시길 아이들은 아빠보다는 엄마 기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데 남편이 내가 원하는 만큼 육아에 투신하길 기다리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고 있어서 여유가 없었다.
"너네 아빠는 오늘도 또 늦네", "아휴~ 맨날 나 혼자 너네들 보려니 힘들어 죽겠어"보다는 "아빠가 어제 너 잘 때 이마에 뽀뽀해 줬는데 느낌 났어?", "아빠가 이번에 여행 같이 못 가서 너무 서운하겠다. 다음 주말에는 방방이 타러 같이 가자고 해볼까?"라고 애써 말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려오면 '와 예쁘다. 이거 아빠한테도 사진 찍어서 보내주면 완전 놀라겠다"하면서 보내주고 남편의 반응을 아이에게 전달해줬다.
남편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게 남편 탓도 아니고, 아이들 잘못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내 딸들이 크면서 무언가의 부재를 느낀다는 걸 참을 수 없어서 난 더 과장해서 친절하고 다정한 아빠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남편이 하는 짓이 예뻐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감이 적다는 게 짠해서 그렇게 아빠의 공간을 일부러 만들어준 것 뿐인데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아빠가 없을때도 항상 아빠의 사랑을 느끼며 자란 것 같다는 느낌이다.
며칠 전에는 인형을 들고 온 아이가 "엄마 이거 나 네 살 때 아빠가 준 인형이야~"라고 말한다. 언제 그랬었나 싶어 "아 그래??"했더니 "응. 역시 우리 아빠는 딸바보야~"하고는 우쭐해하며 가버리는 것이었다.
때앵~. 큰 종이 머리를 치는 것 같다. '어딜 봐서 너네 아빠가 딸바보냐'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솟구쳤지만 그냥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애들 앞에서 내가 어떤 말을 내뱉었느냐에 따라 아빠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이 이렇게도 엄청나게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어깨가 무거워졌다.
아이들은 엄마의 기분에 민감하다. 조금만 내가 표정이 안 좋아도 "엄마 지금 기분 안 좋아?"하고 불안해 한다.
그래서 늘 입꼬리 근육에 힘을 조금 더 주고 항상 밝은 표정의 엄마로 지내려 노력했고 생각해보니 그럴수록 내 기분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남편이 애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길 늘 바라왔지만 가상의 '딸바보' 아빠를 만들어 준 덕분에 지금 '아빠랑 자겠다'며 서로 싸우는 아이들이 내 옆에 있는 것이겠지.
회사 일도 열심히 해야지, 애도 잘 키워야지, 그 와중에 남편 칭찬까지 … 예전에 보고 빵터졌던 "애엄마,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처녀일때 XX 놀걸"이라는 짧은 문구가 갑자기 떠오른다. '워킹맘 육아 에세이'는 네이버 맘키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가거나 재밌는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도 나, 쇼핑을 가서 옷을 골라주는 것도 나, 먹고 싶다는 음식을 해먹이는 것도 나, 평일 숙제를 봐주는 것도 모두 엄마인 내 몫이다.
남편이 늘 바쁜 덕분(?)에 맞벌이를 하면서도 퇴근 후 육아의 97% 지분을 차지하는 일명 '독박육아'인데도 아이들은 아빠가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아장아장 걷고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에게 우선순위는 늘 나였다.
늘 엄마 옆에서 자려고 하고 식당에서도 엄마 옆에 안 앉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아이들 덕분에 몸은 더 힘들었지만 속으로는 '내가 물고 빨며 기른 보람이 있군'하고 흐뭇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독박육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아이들은 점점 아빠를 그렇게도 좋아한다.
소작농이 피 땀 흘려 일궈놓은 농작물을 삽질 한 번 안 해 본 지주가 대부분 가져가는 게 이런 기분일까.
뭔가 투자 대비 손해 보는 느낌도 든다.
"아빠가 나보다 너네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도 아니고
너네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아빠가 왜 좋은거야?" 남편이 이렇게 투자 대비 엄청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두 내 입 덕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 있는 내가 아빠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않고 칭찬 일색이니 아이들도 덩달아 아빠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이다.
어린이날에도 맘대로 쉬지 못하는 남편 대신 아이들 몰래 선물을 준비해서 "이거 아빠가 우리 ㅇㅇ이 사주신거야~"라고 전달해줬다. 아이는 아빠가 자기를 위해 평소 갖고 싶었던 선물을 딱 골라 선물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편 없이 혼자 애들 봐야 할 땐 짜증 나고 힘도 났었지만 일부러 아이들 앞에서는 남편의 칭찬만 했다.
법륜 스님이 말씀하시길 아이들은 아빠보다는 엄마 기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데 남편이 내가 원하는 만큼 육아에 투신하길 기다리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고 있어서 여유가 없었다.
"너네 아빠는 오늘도 또 늦네", "아휴~ 맨날 나 혼자 너네들 보려니 힘들어 죽겠어"보다는 "아빠가 어제 너 잘 때 이마에 뽀뽀해 줬는데 느낌 났어?", "아빠가 이번에 여행 같이 못 가서 너무 서운하겠다. 다음 주말에는 방방이 타러 같이 가자고 해볼까?"라고 애써 말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려오면 '와 예쁘다. 이거 아빠한테도 사진 찍어서 보내주면 완전 놀라겠다"하면서 보내주고 남편의 반응을 아이에게 전달해줬다.
남편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게 남편 탓도 아니고, 아이들 잘못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내 딸들이 크면서 무언가의 부재를 느낀다는 걸 참을 수 없어서 난 더 과장해서 친절하고 다정한 아빠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남편이 하는 짓이 예뻐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감이 적다는 게 짠해서 그렇게 아빠의 공간을 일부러 만들어준 것 뿐인데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아빠가 없을때도 항상 아빠의 사랑을 느끼며 자란 것 같다는 느낌이다.
며칠 전에는 인형을 들고 온 아이가 "엄마 이거 나 네 살 때 아빠가 준 인형이야~"라고 말한다. 언제 그랬었나 싶어 "아 그래??"했더니 "응. 역시 우리 아빠는 딸바보야~"하고는 우쭐해하며 가버리는 것이었다.
때앵~. 큰 종이 머리를 치는 것 같다. '어딜 봐서 너네 아빠가 딸바보냐'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솟구쳤지만 그냥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애들 앞에서 내가 어떤 말을 내뱉었느냐에 따라 아빠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이 이렇게도 엄청나게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어깨가 무거워졌다.
아이들은 엄마의 기분에 민감하다. 조금만 내가 표정이 안 좋아도 "엄마 지금 기분 안 좋아?"하고 불안해 한다.
그래서 늘 입꼬리 근육에 힘을 조금 더 주고 항상 밝은 표정의 엄마로 지내려 노력했고 생각해보니 그럴수록 내 기분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남편이 애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길 늘 바라왔지만 가상의 '딸바보' 아빠를 만들어 준 덕분에 지금 '아빠랑 자겠다'며 서로 싸우는 아이들이 내 옆에 있는 것이겠지.
회사 일도 열심히 해야지, 애도 잘 키워야지, 그 와중에 남편 칭찬까지 … 예전에 보고 빵터졌던 "애엄마,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처녀일때 XX 놀걸"이라는 짧은 문구가 갑자기 떠오른다. '워킹맘 육아 에세이'는 네이버 맘키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