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개미(개인투자자) 필패(必敗)’라는 말이 있다. 국내 증시에서 거래대금 기준 무려 70%가 넘는 몫을 차지하는 게 개미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라는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어 사는 주식마다 속절없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개인들의 자금력이 부족해서기도 하지만 상장사 기업 정보를 둘러싼 고질적인 ‘정보의 비대칭성’ 탓이기도 하다. 특급 정보라는 얘기에 속아 넘어가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개미가 기관이나 외국인의 ‘봉’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기업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는 학습을 통해 습득 가능하다. 유상증자(감자), 무상증자(감자), 기업 분할과 인수 등 시시각각 발생하는 중요한 경영 활동을 상장사 스스로 공개적으로 알리는 공시가 개미에게 가장 훌륭한 교과서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013년 출간된 ‘기업 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은 개미가 공시를 학습하는데 큰 역할을 한 바이블로 평가 받는다. 이 책은 기업이 증시에 상장돼 퇴장(상장폐지)되기까지 일련의 흐름 속에서 자금 조달, 구조조정, 경영권과 지배구조 개편, 이익 분배 등에 관한 주요 공시를 분석했다. 특히 ‘대한전선이 같은 날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라는 상반된 두 개의 공시를 낸 이유’, ‘LG유플러스가 왜 668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회사 결정에 투자자들은 주가로 화답했는지’ 등 흥미롭고 중요한 140개의 사례로 공시를 쉽게 설명했다.

이번에 나온 ‘기업 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개정증보판’(어바웃어북)은 최신 사례와 경영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했다. 올해 경영 최대 이슈인 지배구조 개편을 심도 있게 다뤘다. 특히 롯데와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지주사 전환과 기업 분할 후 재상장할 때의 가치 평가 방법, 지배구조에 생긴 변화가 주식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했다. 50대 1 액면분할로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신한 삼성전자 사례 등 최신 이슈까지 빠짐없이 담아냈다.

아울러 개정증보판에서는 공시 이해의 밑바탕이 되는 회계부분을 더욱 강화했다. 권두의 ‘경영 전략 분석에 바로 써먹는 회계’가 감자와 증자 등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회계를 담고 있다면 권말에 추가한 ‘재무제표 분석을 위한 회계’는 지분법을 중심에 놓고 실적 분석에 도움이 되는 회계를 담고 있다. 또 이번 판에서는 [알쓸신공 : 알아두면 쓸모 많은 신기한 공시]라는 코너를 새롭게 마련,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 주식예탁증서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등 기업 분석의 깊이를 더했다.

저자인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는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와 이데일리에서 특종 발굴 태스크포스팀, 산업부 재계팀장, 경제부 정책팀장, 산업부장, 증권부장 등을 거치며 기자 생활 대부분을 경제전문기자로 활약했다. 그는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아는 만큼 들을 수 있다”는 소신에 따라 오랫동안 회계와 재무 분야, 기업 가치 평가, 증권 분석 등을 공부하며 기사에 정확성과 깊이를 더했다. 그 결과 국내 굴지 그룹들의 검은 거래를 파헤친 특종 기사로 두 차례나 한국기자협회로부터 기자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최신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 공시를 심층 분석한 ‘기업공시 완전정복’, 기업의 실제 회계 장부를 펼쳐 놓고 비즈니스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회계를 다룬 ‘이것이 실전회계다’ 등을 집필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