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터뷰] 구태언 변호사 "오락가락 암호화폐 규제, 해결할 사람은 대통령 뿐"
“규제에는 금지 규제와 허용 규제가 있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입장은 금지입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사진)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 이후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호화폐를 퇴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며, 지방선거 이슈로 잠시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뿐이라는 해석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입장은 모호하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올해 초 거래소 폐지 방침을 밝힌 뒤 청와대가 이를 번복했고,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발표 후 신규 거래 계좌 개설을 사실상 차단한 상태다. 오락가락한 정부가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 변호사는 최근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이 횡령 혐의로 검찰 체포된 것 역시 정부의 부정적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에 허점이 많은 중소기업에 횡령과 배임 혐의를 적용해 업계 전체에 오명을 씌우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중소기업은 회계 처리가 깔끔하지 못하다”며 “가지급금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이 횡령으로 잡아가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나선 이유로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기관이 아니니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권한이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검찰 정도만 개입이 가능한데 그 가운데 파급력이 가장 큰 것이 검찰”이라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횡령과 배임 혐의를 씌우면 업계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만들 수 있다”며 “나중에 금융위에서 내놓을 금지 규제 법안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암호화폐 때문에 다단계, 유사수신 등 검찰 업무가 늘어나 불만인 법무부와 금융 시스템에 통제 불가능한 변수 생겨 불만인 금융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계속해서 그런 실적을 쌓다가 6.13 지방선거 이후 금지 입법이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암호화폐가 실제 퇴출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구 변호사의 시각이다. 암호화폐 금지 법안이 국회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구 변호사는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의원들이 있다. 금지 입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암호화폐를 맡아줄 부처가 없어 허용 입법도 이뤄지기 어렵기에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로 암호화폐 시장이 장기간 방치돼 시장 자체가 음성화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네이버 코인’과 ‘카카오 코인’ 단톡방이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암호화폐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각 사에서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극소수를 대상으로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한다고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규제는 명확해야 한다”며 “정부의 불명확한 규제 때문에 사기라는 독버섯이 올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에 건전한 정보가 제공되려면 공론화의 장이 있어야 하는데, 정상적인 ICO도 해외로 쫓겨나고 몰래 하는 상황이 되니 진짜와 사기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사기꾼들이 활개치기 쉽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 뿐이라는 것이 구 변호사의 시각이다. 그는 “변화를 거부하는 정부부처들을 꺾고 미래에 투자할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이 시간에도 시장이 변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과 업계의 니즈를 파악하고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금지도 허용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 화폐 기능을 하려는 암호화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유틸리티형 암호화폐가 늘어나 ICO도 ‘토큰제너레이션(TG)’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에서 활동하면 기업이 이윤을 분배한다는 참여보상형 토큰은 신기루가 아니다”라며 한국만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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