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의 기업 구조혁신] 파낙스이텍 되살린 JKL "전기차용 전해액 업체로 진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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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사업재편으로 턴어라운드 이끈 JKL-퀸테사
中의 소형 2차전지 시장 잠식에
파낙스이텍, 2014년 적자로 돌아서
'구원투수'로 나선 JKL컨소시엄
토지·건물 등 비주력 부문 매각
차입금 대폭 줄여 위기에 대응
2015년 '디젤 게이트' 반사 이익
유럽 자동차社 공급업체로 선정
주문 폭주…"올 영업흑자 자신"
中의 소형 2차전지 시장 잠식에
파낙스이텍, 2014년 적자로 돌아서
'구원투수'로 나선 JKL컨소시엄
토지·건물 등 비주력 부문 매각
차입금 대폭 줄여 위기에 대응
2015년 '디젤 게이트' 반사 이익
유럽 자동차社 공급업체로 선정
주문 폭주…"올 영업흑자 자신"
▶마켓인사이트 4월11일 오전 11시11분
“이제 살았다!”
2015년 9월 부산 금정구 금사동 파낙스이텍 사무실. 신문을 읽던 이 회사 채대광 대표가 환호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이른바 ‘디젤 게이트’ 사건이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한 날이었다.
2차전지용 전해액 생산 업체인 파낙스이텍은 위기에 빠져 있었다. 스마트폰 특수가 끝나가면서 2012년 68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이 2014년 5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5년에도 64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살길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2차전지뿐이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예상보다 더뎠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디젤게이트는 전기차 시장의 만개를 앞당길 초대형 호재였다. 2년 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이 회사에 투자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퀸테사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도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다.
진화해야 살아남는다
파낙스이텍은 원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한 사업부였다. 2008년 국내 최대 안료 제조사인 욱성화학에 인수됐다. 20여 년간 삼성SDI에 전해액을 납품해왔기 때문에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2010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용 2차전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9년 100억원을 겨우 넘겼던 파낙스이텍의 매출도 3년 만인 2012년 76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소형 2차전지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중대형 2차전지용 전해액 업체로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대형 시장은 이미 미쓰비시 센트럴글래스 우베 등 일본 업체들이 특허기술을 무기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독점을 깨려면 특허 개발을 통해 중대형 2차전지용 전해액을 국산화해야 했다. 여기에 공장까지 건설하려면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했다. 마침 전기차 관련 투자대상을 물색하던 JKL파트너스와 퀸테사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JKL-퀸테사는 2013년 656억원을 투자해 파낙스이텍의 2대 주주가 됐다. 보통주 456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이었다.
끝까지 졸라맨 허리띠
투자 이후 위기의 진행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14년 삼성과 애플 간 스마트폰 전쟁이 벌어지면서다. 애플이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SDI 2차전지 주문량을 줄이자 2015년 파낙스이텍 매출도 271억원으로 급감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JKL-퀸테사 컨소시엄은 구조조정을 위해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출신인 채대광 JKL 전무를 관리부문 대표로 파견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변준석 대표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각자대표 체제를 받아들였다.
채 대표는 우선 회사의 자원을 주력 사업에 집중시키기 위해 비주력 사업부들을 모두 매각했다. 본사에 남아 있는 토지와 건물도 팔았다. 이 돈으로 2013년 609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을 지난해 말 76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악화하는 업황에 대비해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놔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유재성 파낙스이텍 대표는 “미리 차입금 규모를 줄여놓은 덕분에 은행의 이자율 인상과 대출상환 요구를 버텨낼 수 있었다”며 “PEF의 투자 이후 훨씬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장상황에 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감한 기술 투자, 결실을 보다
전해액 특허는 제약사의 신약개발과 비슷했다. 10년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JKL-퀸테사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도 연구개발(R&D)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듀폰 연구소와 실리콘밸리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김형락 박사를 R&D부문 대표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같은 투자는 최근 첫 결실로 이어졌다. 삼성SDI와 파낙스이텍이 유럽 자동차 제조사 A사로부터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와 전해액 공급업체로 각각 선정된 것. 파낙스이텍의 매출구조가 모바일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되는 신호탄이었다. 전기차용 제품은 모바일용과 달리 개발과 승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승인 뒤에는 수년 동안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기종에 사용하는 전해액 규모가 연간 2000t을 넘는다. 지난해 파낙스이텍 매출의 60%를 넘는 규모다.
파낙스이텍은 폭증한 물량을 맞추고 중국 현지 기업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중국에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신축 자금은 지난해 벤처캐피털(VC) 3곳으로부터 마련했다. 투자 회수 보장 장치도 없이 123억원의 투자금이 모였다. JKL-퀸테사도 BW 200억원어치 전액을 보통주로 전환했다. 파낙스이텍의 성공에 베팅액을 올린 셈이다.
채 대표는 “턴어라운드가 마무리되면서 올해는 2013년 이후 5년 만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업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낙스이텍은 내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상반기 안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이제 살았다!”
2015년 9월 부산 금정구 금사동 파낙스이텍 사무실. 신문을 읽던 이 회사 채대광 대표가 환호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이른바 ‘디젤 게이트’ 사건이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한 날이었다.
2차전지용 전해액 생산 업체인 파낙스이텍은 위기에 빠져 있었다. 스마트폰 특수가 끝나가면서 2012년 68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이 2014년 5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5년에도 64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살길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2차전지뿐이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예상보다 더뎠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디젤게이트는 전기차 시장의 만개를 앞당길 초대형 호재였다. 2년 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이 회사에 투자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퀸테사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도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다.
진화해야 살아남는다
파낙스이텍은 원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의 한 사업부였다. 2008년 국내 최대 안료 제조사인 욱성화학에 인수됐다. 20여 년간 삼성SDI에 전해액을 납품해왔기 때문에 기술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2010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용 2차전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9년 100억원을 겨우 넘겼던 파낙스이텍의 매출도 3년 만인 2012년 760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소형 2차전지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중대형 2차전지용 전해액 업체로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대형 시장은 이미 미쓰비시 센트럴글래스 우베 등 일본 업체들이 특허기술을 무기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독점을 깨려면 특허 개발을 통해 중대형 2차전지용 전해액을 국산화해야 했다. 여기에 공장까지 건설하려면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했다. 마침 전기차 관련 투자대상을 물색하던 JKL파트너스와 퀸테사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구원투수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JKL-퀸테사는 2013년 656억원을 투자해 파낙스이텍의 2대 주주가 됐다. 보통주 456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이었다.
끝까지 졸라맨 허리띠
투자 이후 위기의 진행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14년 삼성과 애플 간 스마트폰 전쟁이 벌어지면서다. 애플이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삼성SDI 2차전지 주문량을 줄이자 2015년 파낙스이텍 매출도 271억원으로 급감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JKL-퀸테사 컨소시엄은 구조조정을 위해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출신인 채대광 JKL 전무를 관리부문 대표로 파견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변준석 대표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각자대표 체제를 받아들였다.
채 대표는 우선 회사의 자원을 주력 사업에 집중시키기 위해 비주력 사업부들을 모두 매각했다. 본사에 남아 있는 토지와 건물도 팔았다. 이 돈으로 2013년 609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을 지난해 말 76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악화하는 업황에 대비해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놔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유재성 파낙스이텍 대표는 “미리 차입금 규모를 줄여놓은 덕분에 은행의 이자율 인상과 대출상환 요구를 버텨낼 수 있었다”며 “PEF의 투자 이후 훨씬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장상황에 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감한 기술 투자, 결실을 보다
전해액 특허는 제약사의 신약개발과 비슷했다. 10년 이상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JKL-퀸테사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도 연구개발(R&D) 투자는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듀폰 연구소와 실리콘밸리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김형락 박사를 R&D부문 대표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 같은 투자는 최근 첫 결실로 이어졌다. 삼성SDI와 파낙스이텍이 유럽 자동차 제조사 A사로부터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와 전해액 공급업체로 각각 선정된 것. 파낙스이텍의 매출구조가 모바일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되는 신호탄이었다. 전기차용 제품은 모바일용과 달리 개발과 승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승인 뒤에는 수년 동안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기종에 사용하는 전해액 규모가 연간 2000t을 넘는다. 지난해 파낙스이텍 매출의 60%를 넘는 규모다.
파낙스이텍은 폭증한 물량을 맞추고 중국 현지 기업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중국에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신축 자금은 지난해 벤처캐피털(VC) 3곳으로부터 마련했다. 투자 회수 보장 장치도 없이 123억원의 투자금이 모였다. JKL-퀸테사도 BW 200억원어치 전액을 보통주로 전환했다. 파낙스이텍의 성공에 베팅액을 올린 셈이다.
채 대표는 “턴어라운드가 마무리되면서 올해는 2013년 이후 5년 만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업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낙스이텍은 내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상반기 안에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