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졌지만 이익은 뒷걸음질… 기로에 선 온라인 서점
1997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인터파크는 지난해 도서부문에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더 커졌다. 국내 1위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지난해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2000년대 온라인 쇼핑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서점들의 매출도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양적 경쟁에 몰두해온 한국 온라인 서점이 질적 성장의 기로에 섰다.

◆온라인 서점, 1만원 팔아 27원 남겨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예스24와 알라딘, 인터파크(도서부문) 등 국내 3대 온라인 서점의 매출은 총 9383억원으로 전년(8826억원)보다 6.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억원에서 25억원으로 4분의 1토막 났다. 예스24가 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데다 인터파크 도서부문의 적자 규모가 2016년 58억원에서 95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3사 중 알라딘만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129억원으로 전년(146억원)보다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지만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유일하게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국 41곳에 이르는 오프라인 중고서점과 매장 내 굿즈(goods·관련 상품) 인기가 실적에 기여했다.

덩치 커졌지만 이익은 뒷걸음질… 기로에 선 온라인 서점
독서율이 떨어지고 도서구입비 지출이 줄고 있는 가운데서도 2000년대 온라인 서점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오프라인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산다’는 소비의 흐름이 책을 구입하는 데도 적용된 결과다. 2015년 이후 교보·영풍·서울문고 등 오프라인 서점 3사의 매출은 제자리걸음 했지만 온라인은 연간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처음으로 온라인 서점 3사의 매출(8826억원)이 오프라인(7765억원)을 넘었고 지난해(9383억원)에는 처음 9000억원을 돌파했다. 오프라인 3사와의 격차는 1470억원으로 더 벌어졌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오프라인 3사(74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온라인 서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0.27%를 기록했다.

◆지속가능 성장 갈림길 선 온라인

책 판매 마진을 높여준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온라인 서점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2014년 11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모든 분야 도서가 정가의 15% 이내로 할인폭이 제한됐다. 처음엔 온라인 서점의 이익이 늘었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듬해인 2015년 온라인 서점 3사의 영업이익 합은 26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온라인의 최대 강점인 가격 우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들은 배송이나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무료·당일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콘텐츠 및 커뮤니티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비용이 늘었다. 도서정가제 시행 후 영업이익이 정점을 찍은 지 2년 만에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서점이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고 본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수십 곳에 이르던 온라인 서점들이 정리됐고 진입장벽은 높아졌다.

지난해 인터파크는 부도가 난 송인서적을 인수해 책 도매사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예스24는 티켓, 전자책 등 신사업 등에 투자를 늘렸다. 알라딘, 예스24가 운영하고 있는 중고서점이나 인터파크의 북파크, 북앤샵 같은 온·오프라인연계형(O2O) 서비스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지난해 송인서적 인수, 인공지능(AI) 신사업 투자 등으로 비용이 늘었다”며 “올해 실적은 확연히 개선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온라인 서점들이 오프라인 확장에만 신경 쓰면서 온라인만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악화된 실적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나온 불가피한 결과이자 이겨내야 할 성장통”이라며 “뿌려놓은 씨앗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할 올해와 내년이 턴어라운드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