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홀 스쳐간 1.5m 버디퍼트… '손안의 5억2000만원' 놓친 김시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PGA투어 RBC헤리티지 연장 접전 끝에 '분루'
한때 2타 차 선두 달리다가
후반 1.2~2m 퍼트 연속 빗나가
1㎝만 오른쪽으로 흘렀어도…
'18번홀 불운'에 통산 3승 날려
'복병' 日 고다이라 깜짝 우승
한때 2타 차 선두 달리다가
후반 1.2~2m 퍼트 연속 빗나가
1㎝만 오른쪽으로 흘렀어도…
'18번홀 불운'에 통산 3승 날려
'복병' 日 고다이라 깜짝 우승
“최선을 다했다. 퍼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게 골프다.”
‘포커페이스’ 김시우(23·CJ대한통운)가 담담히 말했다. 손안에 거의 들어왔던 미국프로골프(PGA) 통산 3승이 허공으로 날아간 직후였다. 꾹꾹 눌러 삼킨 아쉬움이 벌겋게 상기된 귓불과 목덜미에 드러났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日 고다이라에 ‘덜미’
김시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708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RBC헤리티지 대회(총상금 670만달러)를 준우승으로 끝마쳤다. ‘장타왕’ 루크 리스트(33·미국)와 ‘베테랑’ 이언 폴터(42·영국)는 챔피언조에서 맞닥뜨려 완벽하게 제압했다. 하지만 소리 없이 쫓아온 ‘복병’ 고다이라 사토시(28·일본·사진)에게 연장으로 끌려가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시우는 나흘간 12언더파(68-65-68-71)를 쳤다. 1타 차 공동 2위로 시작한 마지막 날 한때 2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릴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지난해 5월 ‘더 플레이어스’ 우승 이후 1년여 만에 통산 3승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마지막 날 5언더파를 몰아친 고다이라의 막판 질주가 한발 더 빨랐다. 초반 두 번의 연장홀에선 승부가 나지 않았다. 연장 세 번째 홀(17번홀)에선 ‘골프의 신’이 고다이라의 손을 들어줬다. 8m에 이르는 긴 버디 퍼트를 김시우 앞에서 꽂아 넣은 고다이라가 먼저 포효했다. 그보다 더 짧은 김시우의 6m짜리 버디 퍼트는 홀을 30㎝ 앞두고 힘을 잃었다. 김시우의 무릎이 풀썩 꺾였다.
120만6000달러의 우승상금이 초청선수 고다이라에게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김시우가 손에 쥔 준우승 상금(72만3600달러)과는 48만2400달러(약 5억2000만원) 차이가 난다. 고다이라는 “우승은 생각조차 못했다. 앞으로 자주 이런 일을 경험하지는 못하겠지만 너무도 특별한 날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생애 첫 PGA 우승 감격을 누렸다. 고다이라는 일본투어 2017시즌 상금랭킹 2위의 강자다. 하지만 PGA 투어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2013년부터 띄엄띄엄 출전했고, 이번 대회 전까지 14개의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그동안 받은 상금이 7만5814달러였다.
느려진 그린, 강풍 그리고 2벌타
1시간여 먼저 경기를 끝낸 고다이라는 운도 따랐다. 시간이 갈수록 강해진 바람을 피한 반면, 김시우는 거세진 바람 속에서 느려진 그린과 씨름하느라 진을 뺐다. 그래도 두고두고 아쉬운 건 ‘천당과 지옥’을 오간 퍼트였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진 좋았다. 퍼트가 타수를 줄이는 데 기여한 수치(스트로크 게인드 퍼팅 지수)가 6타에 달했다. 하지만 4라운드에선 오히려 3타가량을 퍼트가 까먹었다.
이날 전반까지만 해도 긴 퍼트, 짧은 퍼트가 모두 잘 들어갔다.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솎아냈다. 9번홀(파4)에선 그린 밖에서 시도한 퍼트가 홀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은 완전히 달랐다. 1.2~1.8m쯤 되는 퍼트가 모조리 홀을 외면했다. 파를 지켜낸 14번홀(파3)을 빼고 12번(파4), 13번(파4), 15번(파5), 17번홀(파3)에서 결정적인 퍼트가 모두 맥없이 홀을 맴돌았다. 후반에만 보기 3개가 쏟아졌다. 김시우는 “바람이 강했고 그린이 느려져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일찌감치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1.5m짜리 버디 퍼트마저 홀 왼쪽을 스치고 야속하게 멈춰 섰다. 1㎝만 오른쪽으로 흘렀어도 우승은 그의 차지였다.
골프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일은 또 있었다. 대회 2라운드 14번홀에서 받은 2벌타다. 그린 프린지에서 공 앞에 흩어진 벙커모래를 치우다 벌어진 뜻밖의 ‘사고’였다. 그린 모래는 ‘루스 임페디먼트’로 간주해 치울 수 있지만, 프린지의 모래는 치울 수 없다는 걸 깜빡한 게 화근이었다. 본의 아니게 ‘퍼팅라이 개선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물론 돌이킬 수 없는 일. 김시우의 세계랭킹은 이번 준우승으로 지난주 51위에서 39위로 12계단 올랐다.
안병훈(26)이 공동 7위(9언더파)에 올라 골프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안병훈이 ‘톱10’에 들기는 지난 2월 혼다클래식(공동 5위)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포커페이스’ 김시우(23·CJ대한통운)가 담담히 말했다. 손안에 거의 들어왔던 미국프로골프(PGA) 통산 3승이 허공으로 날아간 직후였다. 꾹꾹 눌러 삼킨 아쉬움이 벌겋게 상기된 귓불과 목덜미에 드러났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日 고다이라에 ‘덜미’
김시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708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RBC헤리티지 대회(총상금 670만달러)를 준우승으로 끝마쳤다. ‘장타왕’ 루크 리스트(33·미국)와 ‘베테랑’ 이언 폴터(42·영국)는 챔피언조에서 맞닥뜨려 완벽하게 제압했다. 하지만 소리 없이 쫓아온 ‘복병’ 고다이라 사토시(28·일본·사진)에게 연장으로 끌려가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시우는 나흘간 12언더파(68-65-68-71)를 쳤다. 1타 차 공동 2위로 시작한 마지막 날 한때 2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릴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지난해 5월 ‘더 플레이어스’ 우승 이후 1년여 만에 통산 3승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마지막 날 5언더파를 몰아친 고다이라의 막판 질주가 한발 더 빨랐다. 초반 두 번의 연장홀에선 승부가 나지 않았다. 연장 세 번째 홀(17번홀)에선 ‘골프의 신’이 고다이라의 손을 들어줬다. 8m에 이르는 긴 버디 퍼트를 김시우 앞에서 꽂아 넣은 고다이라가 먼저 포효했다. 그보다 더 짧은 김시우의 6m짜리 버디 퍼트는 홀을 30㎝ 앞두고 힘을 잃었다. 김시우의 무릎이 풀썩 꺾였다.
120만6000달러의 우승상금이 초청선수 고다이라에게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김시우가 손에 쥔 준우승 상금(72만3600달러)과는 48만2400달러(약 5억2000만원) 차이가 난다. 고다이라는 “우승은 생각조차 못했다. 앞으로 자주 이런 일을 경험하지는 못하겠지만 너무도 특별한 날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생애 첫 PGA 우승 감격을 누렸다. 고다이라는 일본투어 2017시즌 상금랭킹 2위의 강자다. 하지만 PGA 투어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2013년부터 띄엄띄엄 출전했고, 이번 대회 전까지 14개의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그동안 받은 상금이 7만5814달러였다.
느려진 그린, 강풍 그리고 2벌타
1시간여 먼저 경기를 끝낸 고다이라는 운도 따랐다. 시간이 갈수록 강해진 바람을 피한 반면, 김시우는 거세진 바람 속에서 느려진 그린과 씨름하느라 진을 뺐다. 그래도 두고두고 아쉬운 건 ‘천당과 지옥’을 오간 퍼트였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진 좋았다. 퍼트가 타수를 줄이는 데 기여한 수치(스트로크 게인드 퍼팅 지수)가 6타에 달했다. 하지만 4라운드에선 오히려 3타가량을 퍼트가 까먹었다.
이날 전반까지만 해도 긴 퍼트, 짧은 퍼트가 모두 잘 들어갔다.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솎아냈다. 9번홀(파4)에선 그린 밖에서 시도한 퍼트가 홀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은 완전히 달랐다. 1.2~1.8m쯤 되는 퍼트가 모조리 홀을 외면했다. 파를 지켜낸 14번홀(파3)을 빼고 12번(파4), 13번(파4), 15번(파5), 17번홀(파3)에서 결정적인 퍼트가 모두 맥없이 홀을 맴돌았다. 후반에만 보기 3개가 쏟아졌다. 김시우는 “바람이 강했고 그린이 느려져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일찌감치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1.5m짜리 버디 퍼트마저 홀 왼쪽을 스치고 야속하게 멈춰 섰다. 1㎝만 오른쪽으로 흘렀어도 우승은 그의 차지였다.
골프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일은 또 있었다. 대회 2라운드 14번홀에서 받은 2벌타다. 그린 프린지에서 공 앞에 흩어진 벙커모래를 치우다 벌어진 뜻밖의 ‘사고’였다. 그린 모래는 ‘루스 임페디먼트’로 간주해 치울 수 있지만, 프린지의 모래는 치울 수 없다는 걸 깜빡한 게 화근이었다. 본의 아니게 ‘퍼팅라이 개선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물론 돌이킬 수 없는 일. 김시우의 세계랭킹은 이번 준우승으로 지난주 51위에서 39위로 12계단 올랐다.
안병훈(26)이 공동 7위(9언더파)에 올라 골프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안병훈이 ‘톱10’에 들기는 지난 2월 혼다클래식(공동 5위)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