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추가적인 주주친화 방안을 내놓으라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접수한 직후 여러 차례 내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미 다양한 주주친화 방안을 발표한 직후여서 추가 조치를 내놓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16일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에 찬성한 것만으로도 큰 산은 넘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현대차그룹이 올초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제도 개편을 발표했는데도 엘리엇이 추가 조치를 내놓으라고 해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엘리엇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잉여현금흐름(FCF)의 20~40% 수준 배당 방침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에 현금이 얼마나 순유입됐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현대모비스의 발표는 지난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30%를 주주에게 환원해왔는데 이를 최대 40%로 늘리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역시 올초 점진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요구하는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제도 역시 이미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안이다. 현대차그룹은 1월 주주권익담당 사외이사를 일반 주주들이 추천한 인사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기존 사외이사 중 한 명이 주주권익담당 이사를 맡는 방식으로는 일반 주주 의견을 충분히 대변할 수 없다는 투자자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코스닥시장위원장)를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일반 주주로 구성된 후보 추천 자문단 출범, 후보 모집 및 접수, 후보군 선정, 후보추천위원회 결정 등의 과정을 거쳐 길 교수가 최종 선출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존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2019년, 현대모비스는 2020년부터 일반 주주가 추천하는 주주권익담당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이 추가 요구안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추가 배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