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임명 18일 만에 사의를 밝히면서 정치권은 ‘정의당의 데스노트’가 또 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정의당이 찍으면 죽는다(사퇴한다)’는 속설을 뜻하는 말이다.

여당에 우호적이라고 평가받는 정의당은 지난 12일 김 원장의 자진사퇴 촉구를 당론으로 정했다. 김 원장은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뒤 닷새 만에 물러나게 됐다. 앞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정의당의 반대 의견 피력 후 낙마의 길을 걸었다.

‘정의당 데스노트’를 또 한 번 입증한 정의당은 “김 원장의 사퇴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개혁이 좌초되지 않도록 더욱 더 개혁의지가 강력한 인물을 서둘러 물색해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하기 바란다”고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은 김 원장뿐만 아니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책임을 주장하며 청와대를 몰아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조 수석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부적격자임이 판명됐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권성주 당대변인은 “인사참사를 일으킨 조 수석은 사퇴하고 국민과 기싸움을 벌인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그동안 김 원장을 감싸온 여당은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가 여론의 공세에 밀려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전례가 없는 사안에 대해 헌법상 가장 권위가 있는 선관위에 의견을 묻고 그 판단을 국민께 알린 과정을 주목하고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