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낙마한 여덟 번째 고위공직자로 기록됐다.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 논란 등에 “적법하다”며 면죄부를 줬던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강력한 금융 개혁을 예고한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철벽 방어' 나섰던 靑, 인사검증 또 구멍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문 대통령은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당초 김 원장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임사유가 아니다”며 ‘김기식 구하기’에 적극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민정수석이 확인한 결과 김 원장의 해외 출장은 모두 공적인 일로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처음 문제가 됐던 부분은 해외출장 건으로 그 부분은 여전히 적법하다고 (선관위가) 봤다”며 “후원금 문제를 선관위가 (불법으로) 판단했고 이 부분에 대해 선관위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이라며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을 차단했다.

김 원장의 사퇴로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중도 낙마한 고위공직자는 김 원장을 포함해 모두 8명에 달한다. 대부분 인사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였다. 이때마다 부실 검증 논란이 제기됐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았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인사청탁 의혹으로 임명 6개월 만에 물러난 데 이어 김 원장까지 낙마하면서 문 대통령이 강하게 의지를 밝힌 금융 개혁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갑질, 부당대출 등 금융 적폐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김 원장 사퇴 압박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하지만 잇단 인사참사에 금융 개혁의 동력이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