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왼쪽부터 박원순 시장·조희연 교육감, 안철수(바른미래당)·조영달, 김문수(한국당) 예비후보. / 사진=한경 DB
맨왼쪽부터 박원순 시장·조희연 교육감, 안철수(바른미래당)·조영달, 김문수(한국당) 예비후보. / 사진=한경 DB
서울시장과 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러닝메이트’ 대결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교육감을 정당선거로 뽑지 않도록 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현실과 맞지 않다면 ‘눈 가리고 아웅’할 게 아니라 제도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미래교육도시 서울 기본계획’이 발단이 됐다. 양 기관이 손잡고 2021년까지 4년간 총 1조원 이상을 투입해 교실에서 칠판과 필기구를 없애는 등 IT(정보기술) 기반 미래교육을 구현한다는 교육협력 청사진을 내놓았다.

교육·지방자치 결합모델에 방점을 찍었지만 선거를 목전에 둔 ‘타이밍’이 문제였다.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교육감의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러닝메이트 선언으로 읽혔다. 올 2월 조 교육감의 출판기념회에서 박 시장이 축사하며 출정식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이런 의혹을 부채질했다.

더구나 발표된 기본계획에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창의적·감성적 역량을 키우는 미래교실 조성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지역사회 연계 체험학습 강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 개발 협력 등 4대 과제 36개 사업 대다수가 기존에 시교육청이 진행해오던 것들이다. 대부분 사업 신설보다 ‘확대’ 수준에 그친 것 역시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4년 발표한 교육 협력사업의 업그레이드 성격임을 감안해도 ‘포장’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청과 시의 협력모델 자체는 의미있다”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알맹이 없는 내용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부풀리는 행태는 비판받을 여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당선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수표를 남발하며 선거운동 한다는 의구심인 셈. 마침 조 교육감은 20일경 사퇴와 함께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2018 서울촛불교육감추진위원회’ 단일화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계 인사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아야 할 때”라고 짚었다. 또 다른 교육계 인사도 “구설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시기다. 진정성 있는 정책이라면 차라리 당선 후 발표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과 박 시장뿐이 아니다.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조영달 서울대 교수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러닝메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탈(脫)진영을 내건 조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안 예비후보의 교육공약을 입안했다. 4차 산업혁명 대비 미래교육에 초점을 맞춰 초등학교 5년, 중·고교 5년, 진로탐색 2년의 ‘5·5·2 학제 개편’을 제안해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다만 대중적 인지도는 다소 떨어져 ‘안철수의 교육 멘토’임을 부각하는 전략을 썼다.

보수 진영은 박선영 동국대 교수의 교육감 후보 추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박 교수가 출마를 결심하면 구도상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러닝메이트 격이 된다. 단 박 교수보다는 초·중등교육 현장 경험자가 후보로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러닝메이트 선거구도는 자칫 교육의 ‘정치 종속’을 초래할 수 있다. 소속 정당도 없고 후보 인지도가 떨어지는 한계 탓에 교육감 후보의 경쟁력보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에 따라 ‘1+1’ 식으로 당락이 갈릴 것이란 우려다.

반면 광역단체장 선거에 묻혀 유권자가 교육감 후보가 누구이며 어떤 성향인지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치를 바에야 현실적 애로점을 인정하고 대안을 강구하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법학자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후보간 ‘정책연대’를 통해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서울 소재 한 사범대학 교수도 “현실을 반영해 러닝메이트 시스템을 양성화하는 대신 후보들에게 걸맞은 책무성을 요구하는 식의 제도 손질을 고민해볼 때”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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