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기 박탈·로고 삭제·사명 변경 사실상 불가능"
'국민청원 봇물'… 대한항공 '국적기 박탈' 가능한가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가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논란을 빚은 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대한항공의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라"는 국민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에 이어 '물벼락 갑질'로 나라 망신시키는 것을 더는 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회사 이름에 포함된 '대한'과 'Korean'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회사 로고에 있는 태극 문양도 빼도록 해야 한다는 청원도 쇄도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과연 실현 가능할까?
17일 항공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설명을 종합하면 '국적기 자격' 박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적기라는 것은 특별한 자격이 아니다.

'국적 항공기'의 준말로, 법률·행정적으로 사용하는 구속력 있는 의무나 혜택은 없다.

단지, 외국 항공기와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사용하는 말이다.

국적기는 '국적사'에 속한 항공기를 뜻하는 데, 국적사 또한 국내에서 항공운송면허를 받은 항공사를 뜻하는 용어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6개 저비용항공사(LCC)도 모두 국적사다.

따라서 대한항공을 국적사에서 박탈하는 것은 국토부가 대한항공의 국내·국제항공운송면허를 취소할 때에야 가능하다.

항공운송면허가 취소되면 대한항공은 모든 항공 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항공운송면허 박탈은 항공 관련법이 정한 면허 박탈 사유에 해당해야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이 면허를 박탈당할 만한 특별한 사유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회사 이름에서 '대한', 'Korean'을 빼거나 로고의 태극 문양을 삭제하는 것도 대한항공의 자발적 선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당하게 상표권 등록을 마친 민간기업의 사명과 로고를 정부가 강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외에도 대한방직, 대한전선, 대한제강, 대한해운 등 많은 회사가 '대한'을, 한국타이어, 한국철강, 한국콜마 등이 '한국'을 자발적 선택에 따라 회사명에 사용하고 있다.

로고에 들어간 태극 문양도 기존 판례에 따라 문제 삼기 어렵다.

상표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기·국장과 유사한 상표'는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제한적이고, 태극기가 아닌 태극·괘 문양은 동양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국기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분리하면 된다는 게 특허청 설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