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변호사의 바른 상속 재테크] (31) 공증유언은 유언자가 직접 유언의 취지를 진술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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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사실관계
N그룹 회장인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B와 혼인하여 슬하에 C, D, E 세 자녀를 두었다. 망인은 2009. 11. 15. 사망하였는데, 사망하기 약 1년 전인 2008. 11. 19. S대학교병원에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유언’이라 한다). 당시 공증담당변호사는 Y였고, 망인의 진료를 담당한 의사 H와 N그룹의 사내변호사인 Z가 증인으로 참여하였으며, 변호사 W가 유언집행자로 지정되었다.
유언의 주된 내용은, 망인이 자신 소유의 N그룹 주식의 대부분을 M재단법인에 유증하고, 남은 일부는 B, D, E에게 각기 다른 비율로 유증한다는 것이었다. 장남인 C는 유언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었다. 다만 유언에 의할 경우 B, D, E도 법정상속분보다도 훨씬 적은 재산을 받게 되어 있었다.
망인은 유언 공증 당시 유언 취지 전부를 구수한 것이 아니고, 공증담당변호사 Y가 사전에 작성한 유언공정증서 초안을 가지고 한 항목씩 질문하면, 망인은 ‘그렇습니다.’, ‘그렇게 유증할 생각입니다.’라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유언공정증서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Y는 망인을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고, 망인이 수기로 작성한 메모를 전달받아 초안을 작성하였다.
이 사건 유언에 따라 아무런 재산도 유증받지 못하게 된 C는 수증자인 M과 B 및 유언집행자인 W를 상대로 이 사건 유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C는, 이 사건 유언은 망인이 구수한 것이 아니라 Y가 사전에 작성한 유언공정증서 초안을 가지고 질문한 것에 대답만 한 것에 불과하므로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하지만,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고,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으며 유언의 내용이나 유언경위로 보아 유언 자체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 초안이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이고, 공증담당변호사인 Y가 그 초안의 내용대로 유증대상 주식에 따라 수증자별로 구분하여 망인에게 유증할 것인지를 개별항목을 나누어 질문하고, 이에 대하여 망인은 미리 교부받은 초안을 확인하며 ‘그렇습니다.’, ‘그렇게 유증할 생각입니다.’라고 답변한 다음, 최종적으로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므로 이러한 망인의 답변은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구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Ⅲ. 해설
1. 유언의 엄격한 요식성과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민법은 "유언은 본법이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060조). 이처럼 민법이 유언의 방식과 그 효력에 있어서 이른바 형식적 엄격주의를 취하여 유언의 자유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는 이유는 크게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기므로(제1073조 제1항) 유언의 성립과 그 효력 발생 사이에 생기는 시간적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유언 자체가 과연 실제로 존재하였는지에 관한 문제를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유언의 존재확보). 둘째, 유언자의 사후에 유언의 내용에 관하여 의문이나 다툼이 생길 경우 유언자에게 직접 그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측면에서 그 진의가 분명하게 전달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유언자의 진의확보). 셋째, 후일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유언에 있어서 유언자의 신중한 태도를 요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신중한 결정). 즉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는 것은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민법 제1068조 소정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므로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유언자의 구수, 즉 입으로 불러주어 상대방이 적게 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수 요건은 공정증서유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며 실무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공증담당변호사 Y가 미리 작성한 유언공정증서 초안에 따라 망인이 긍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만으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으로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유언취지의 구수에 관한 판례 분석
판례는 공증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하고 그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한 다음 유언자에게 필기된 서면을 낭독하여 주었고,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고 유언의 내용이나 유언경위로 보아 유언 자체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본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 판결).
특히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언 취지의 구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 구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진술이 필요한지는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며,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의 전체 경위 등으로 보아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 취지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다. 즉 대법원은 원칙적으로는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유언 취지의 구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예외적으로 다음 두 가지의 특별한 사정이 중첩적으로 존재하는 경우 유언취지의 구수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첫째,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을 것. 둘째,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의 전체 경위 등으로 보아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 취지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이와 같이 판례가 요구하는 예외적 사정, 즉 특별한 사정에 관한 입증책임은 공정증서유언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자가 부담할 것이다.
3.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의 존재여부
가. 유언자의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을 것
이 사건에서는 공증담당변호사 Y가 사전에 전달받은 메모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망인에게 질문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망인이 답변을 하였다. 그리고 Y가 사전에 전달받은 메모는 망인이 직접 손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망인의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임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이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이 사건 유언 당일 망인의 유언능력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고, 또한 유언의 내용이 평소 망인의 의사와도 일치한다. 따라서 이 두 번째 요건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요건을 예외적으로 ‘유언취지의 구수’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보는 것은 체계적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언취지의 구수는 어디까지나 유언의 내용을 말로 전달하는 것으로서 공정증서 유언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한 독립적인 방식에 관한 요건으로서, 유언능력이나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와는 구별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언능력이 있더라도 유언취지의 구수는 없을 수 있는 것이고, 아무리 유언 내용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하더라도 유언취지의 구수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는 대법원의 입장과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
N그룹 회장인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B와 혼인하여 슬하에 C, D, E 세 자녀를 두었다. 망인은 2009. 11. 15. 사망하였는데, 사망하기 약 1년 전인 2008. 11. 19. S대학교병원에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유언’이라 한다). 당시 공증담당변호사는 Y였고, 망인의 진료를 담당한 의사 H와 N그룹의 사내변호사인 Z가 증인으로 참여하였으며, 변호사 W가 유언집행자로 지정되었다.
유언의 주된 내용은, 망인이 자신 소유의 N그룹 주식의 대부분을 M재단법인에 유증하고, 남은 일부는 B, D, E에게 각기 다른 비율로 유증한다는 것이었다. 장남인 C는 유언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었다. 다만 유언에 의할 경우 B, D, E도 법정상속분보다도 훨씬 적은 재산을 받게 되어 있었다.
망인은 유언 공증 당시 유언 취지 전부를 구수한 것이 아니고, 공증담당변호사 Y가 사전에 작성한 유언공정증서 초안을 가지고 한 항목씩 질문하면, 망인은 ‘그렇습니다.’, ‘그렇게 유증할 생각입니다.’라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유언공정증서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Y는 망인을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고, 망인이 수기로 작성한 메모를 전달받아 초안을 작성하였다.
이 사건 유언에 따라 아무런 재산도 유증받지 못하게 된 C는 수증자인 M과 B 및 유언집행자인 W를 상대로 이 사건 유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C는, 이 사건 유언은 망인이 구수한 것이 아니라 Y가 사전에 작성한 유언공정증서 초안을 가지고 질문한 것에 대답만 한 것에 불과하므로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1]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하지만,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고,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으며 유언의 내용이나 유언경위로 보아 유언 자체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유언공정증서 초안이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이고, 공증담당변호사인 Y가 그 초안의 내용대로 유증대상 주식에 따라 수증자별로 구분하여 망인에게 유증할 것인지를 개별항목을 나누어 질문하고, 이에 대하여 망인은 미리 교부받은 초안을 확인하며 ‘그렇습니다.’, ‘그렇게 유증할 생각입니다.’라고 답변한 다음, 최종적으로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므로 이러한 망인의 답변은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구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Ⅲ. 해설
1. 유언의 엄격한 요식성과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민법은 "유언은 본법이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060조). 이처럼 민법이 유언의 방식과 그 효력에 있어서 이른바 형식적 엄격주의를 취하여 유언의 자유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는 이유는 크게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기므로(제1073조 제1항) 유언의 성립과 그 효력 발생 사이에 생기는 시간적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유언 자체가 과연 실제로 존재하였는지에 관한 문제를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유언의 존재확보). 둘째, 유언자의 사후에 유언의 내용에 관하여 의문이나 다툼이 생길 경우 유언자에게 직접 그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측면에서 그 진의가 분명하게 전달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유언자의 진의확보). 셋째, 후일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유언에 있어서 유언자의 신중한 태도를 요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신중한 결정). 즉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는 것은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민법 제1068조 소정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므로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서는 유언자의 구수, 즉 입으로 불러주어 상대방이 적게 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수 요건은 공정증서유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며 실무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공증담당변호사 Y가 미리 작성한 유언공정증서 초안에 따라 망인이 긍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만으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으로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유언취지의 구수에 관한 판례 분석
판례는 공증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하고 그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한 다음 유언자에게 필기된 서면을 낭독하여 주었고,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고 유언의 내용이나 유언경위로 보아 유언 자체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본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 판결).
특히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언 취지의 구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 구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진술이 필요한지는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며,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의 전체 경위 등으로 보아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 취지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다. 즉 대법원은 원칙적으로는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유언 취지의 구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예외적으로 다음 두 가지의 특별한 사정이 중첩적으로 존재하는 경우 유언취지의 구수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첫째,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을 것. 둘째,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의 내용, 유언의 전체 경위 등으로 보아 그 답변을 통하여 인정되는 유언 취지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이와 같이 판례가 요구하는 예외적 사정, 즉 특별한 사정에 관한 입증책임은 공정증서유언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자가 부담할 것이다.
3.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의 존재여부
가. 유언자의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을 것
이 사건에서는 공증담당변호사 Y가 사전에 전달받은 메모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망인에게 질문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망인이 답변을 하였다. 그리고 Y가 사전에 전달받은 메모는 망인이 직접 손으로 작성한 것으로서 망인의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임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이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이 사건 유언 당일 망인의 유언능력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고, 또한 유언의 내용이 평소 망인의 의사와도 일치한다. 따라서 이 두 번째 요건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요건을 예외적으로 ‘유언취지의 구수’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보는 것은 체계적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언취지의 구수는 어디까지나 유언의 내용을 말로 전달하는 것으로서 공정증서 유언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한 독립적인 방식에 관한 요건으로서, 유언능력이나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와는 구별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언능력이 있더라도 유언취지의 구수는 없을 수 있는 것이고, 아무리 유언 내용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하더라도 유언취지의 구수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는 대법원의 입장과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