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남북 정상회담 '헛약속'에 속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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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핵을 쉽사리 포기할 바보 집단 아니야
유화전술에 말려 '보통국가'로 대하지 말고
美 군사작전에 대한 방패막이 전락 경계해야
김인영 < 한림대 교수·정치학 >
유화전술에 말려 '보통국가'로 대하지 말고
美 군사작전에 대한 방패막이 전락 경계해야
김인영 < 한림대 교수·정치학 >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남북한 정상회담이 다음주 개최된다. 회담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과거 회담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주문일 것이다. 그러나 회담에서 비핵화에 이르는 구체적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정은 방중(訪中) 이후 청와대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하겠다”는 언급은 더 이상 하지 않고, “비핵화 로드맵은 미국과 북한이 만든다”는 등 북핵 ‘운전자론’에서 북·미 ‘중재자론’으로 역할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북핵 ‘중재자’ 역할은 남한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청와대는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에서 운전자와 중재자의 역할이 다르지 않다”고 변명하지만 운전자는 목적지가 있고 적극적인 반면 중재자는 상황에 따른 수동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또 중재자 위치 선정을 잘못했다가는 미국과 북한 모두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안보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청와대가 북한의 ‘메신저’로 이용당하거나 미국의 대북(對北) 군사공격에 대비한 북한의 ‘안전판’으로 이용당하는 상황이 될 것을 우려한다. 비핵화 검증에 실패하는 북·미 대결의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을 자기편으로 이용하려 들 것인데 그 전략에 청와대가 말려들 것을 예상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시작된 김정은의 전술적 변화는 놀랍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대는” 미친 늙은이 취급을 했다.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을 ‘정신병자’ 취급하거나 “꼬마 로켓맨”이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매우 존중하는 마음으로 (협상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변화했다.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하고,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핵실험을 하는 김정은은 더 이상 없다. 국민에게는 백두혈통 김여정의 부드러움과, 걸그룹 레드벨벳과 악수하고 대화하는 신세대 지도자 김정은만 남았다.
이런 북한의 변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왜”와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전략적 질문이다. 미국은 “왜”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됐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북제재 때문에 경제가 침체되고 인민생활이 팍팍해진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비핵화를 입구로, 제재 철회를 출구로 생각한다. 그리고 북한이 대남 유화정책과 미국과의 대화로 얻으려는 것은 제재 철회와 평화협정으로 정권을 보장받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럼 북한의 전략은 무엇일까. 핵무기는 꼭꼭 숨겨두고 일부 시설만의 사찰과 무늬만의 핵폐기로 단계별 보상을 받고 세부사항 이행에서 시간을 끌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해 미국에 보여주고 미·북 군축협상으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수뇌 상봉’에서 펼칠 북한의 전략은 무엇일까. 북한은 검증없는 원론적 수준에서의 비핵화, 즉 앞으로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과 핵을 동족에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헛약속을 해주고, 미·북 협상 진행에서 남한으로 하여금 미국을 설득하게 이용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 결국 남한과는 유화정책을 지속하고 회담의 판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비핵화 약속을 해주면서 남한의 친북 단체들이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유화 공세를 펴는 이유를 자문해야 한다. 북한이 아무 이유 없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남한에 공연단을 보내고 남한 가수의 평양 공연을 허락하는 등 유화정책을 쓰는 국가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그 어려운 제재를 감수하고 큰 비용을 들여 만든 ‘정의의 보검’을 쉽게 포기할 바보 집단이 아님도 명심해야 한다.
국민과 언론은 김정은의 감성적 유화전술에 휘말려 비핵화가 다가온 것처럼 쉽게 들뜨고 북한을 ‘보통국가’ 취급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 해결사 역할에서 대미(對美) 메신저나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냉철하고도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iykim@hallym.ac.kr
객관적으로 보면 북핵 ‘중재자’ 역할은 남한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청와대는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에서 운전자와 중재자의 역할이 다르지 않다”고 변명하지만 운전자는 목적지가 있고 적극적인 반면 중재자는 상황에 따른 수동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또 중재자 위치 선정을 잘못했다가는 미국과 북한 모두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안보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청와대가 북한의 ‘메신저’로 이용당하거나 미국의 대북(對北) 군사공격에 대비한 북한의 ‘안전판’으로 이용당하는 상황이 될 것을 우려한다. 비핵화 검증에 실패하는 북·미 대결의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을 자기편으로 이용하려 들 것인데 그 전략에 청와대가 말려들 것을 예상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시작된 김정은의 전술적 변화는 놀랍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대는” 미친 늙은이 취급을 했다.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을 ‘정신병자’ 취급하거나 “꼬마 로켓맨”이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매우 존중하는 마음으로 (협상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변화했다.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하고,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핵실험을 하는 김정은은 더 이상 없다. 국민에게는 백두혈통 김여정의 부드러움과, 걸그룹 레드벨벳과 악수하고 대화하는 신세대 지도자 김정은만 남았다.
이런 북한의 변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왜”와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전략적 질문이다. 미국은 “왜”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더 이상 버텨내기 힘들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됐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북제재 때문에 경제가 침체되고 인민생활이 팍팍해진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비핵화를 입구로, 제재 철회를 출구로 생각한다. 그리고 북한이 대남 유화정책과 미국과의 대화로 얻으려는 것은 제재 철회와 평화협정으로 정권을 보장받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럼 북한의 전략은 무엇일까. 핵무기는 꼭꼭 숨겨두고 일부 시설만의 사찰과 무늬만의 핵폐기로 단계별 보상을 받고 세부사항 이행에서 시간을 끌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해 미국에 보여주고 미·북 군축협상으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수뇌 상봉’에서 펼칠 북한의 전략은 무엇일까. 북한은 검증없는 원론적 수준에서의 비핵화, 즉 앞으로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과 핵을 동족에게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헛약속을 해주고, 미·북 협상 진행에서 남한으로 하여금 미국을 설득하게 이용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 결국 남한과는 유화정책을 지속하고 회담의 판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비핵화 약속을 해주면서 남한의 친북 단체들이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유화 공세를 펴는 이유를 자문해야 한다. 북한이 아무 이유 없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남한에 공연단을 보내고 남한 가수의 평양 공연을 허락하는 등 유화정책을 쓰는 국가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그 어려운 제재를 감수하고 큰 비용을 들여 만든 ‘정의의 보검’을 쉽게 포기할 바보 집단이 아님도 명심해야 한다.
국민과 언론은 김정은의 감성적 유화전술에 휘말려 비핵화가 다가온 것처럼 쉽게 들뜨고 북한을 ‘보통국가’ 취급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핵 해결사 역할에서 대미(對美) 메신저나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냉철하고도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iykim@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