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가 부활하면서 엔터테인먼트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엔터주를 적극적으로 매수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탐방과 투자설명회(NDR)도 잇따라 요청하고 있다. 시가총액 1조원 미만인 엔터사들의 규모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관심이란 평가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엔터주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일본 기관투자가 관심

JYP엔터테인먼트(종목명 JYP Ent)는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다이이치생명 등 11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NDR을 열었다. 일본 오카산증권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JYP엔터는 사업 진행 상황과 향후 전략, 주주정책 등을 설명했다.
이 회사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NDR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왼쪽)가 작년 10월 일본에 진출한 이후 2개의 싱글앨범을 모두 오리콘차트 1위에 올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 배경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한류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 △자본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추격 등에 대해 주로 질문했다. JYP엔터 관계자는 “연예기획사업은 유망주 육성, 작곡, 안무,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인적 노하우 축적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기관투자가로부터 기업탐방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일본 NDR 행사도 오카산증권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시가총액 1조원 미만의 코스닥 상장사에 외국계 증권사가 먼저 NDR을 제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JYP엔터는 오는 6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NDR을 개최할 예정이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도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투자콘퍼런스(AIC)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부상, K팝은 세계를 제패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별세션을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한세민 에스엠 대표는 “지난 5년간 미래의 스타를 찾아 러시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세계 20여 개국에서 오디션을 했다”며 K팝이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한 대표의 발표에 이어 ‘레드벨벳’ 공연을 보고 국내 관련 상장사들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JYP 올 들어 70% 올라

엔터주들은 한류 부활과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에서는 트와이스의 인기에 힘입어 7년여 만에 K팝을 중심으로 다시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선 2016년 ‘태양의 후예’ 이후 중단된 한국 드라마 방영과 애니메이션 상영 등이 예정돼 있다. 방탄소년단(BTS·오른쪽)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JYP엔터는 17일 코스닥시장에서 1100원(4.89%) 오른 2만36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서만 71.63% 올랐다. 같은 기간 에스엠과 와이지엔터도 18.16%, 6.93%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몸값’이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하면 다른 엔터주에도 관심이 확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BTS는 국내 1위가 세계 1위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빅히트엔터 상장은 국내 기획사들의 기업가치 상승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엔터사들은 NDR 활동으로 외국계 장기보유펀드 보유 지분을 늘려 주가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JYP엔터의 외국인 지분율은 올 들어 4.74%에서 7.40%로 증가했다. 에스엠과 와이지엔터의 외국인 지분율도 이 기간 17.05%에서 22.57%로, 13.71%에서 15.56%로 각각 상승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