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3D낸드 전용 청주 M15공장… 15兆 투자 '메가팩토리'
공사 현장에 세워진 가림막을 따라 걷는데 숨이 찼다. 발걸음이 빠른 편인데도 공사 현장을 도는 데 40분이 걸렸다. SK하이닉스가 3차원(3D) 낸드플래시 전용공장으로 짓고 있는 충북 청주 M15공장이다. 23만4000㎡의 면적에 15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공장으로 삼성전자 평택공장,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의 뒤를 잇는 ‘메가팩토리’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이 공장에서 3D 낸드를 생산해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대폭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주변 식당·상점도 호황

 SK하이닉스 3D낸드 전용 청주 M15공장… 15兆 투자 '메가팩토리'
지난해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공정률은 60%를 넘었다. 외벽공사도 상당 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내부에서는 클린룸 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발맞춰 공사에 속도를 낸 덕분에 당초 내년 6월로 계획했던 건물 및 클린룸 완공을 8개월가량 앞당겼다. 올 연말부터 생산장비가 본격 반입돼 안정화 작업을 거치면 내년 상반기 3D 낸드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 가동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장 인근 택지지구에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원평동 택지는 지난해 초 3.3㎡당 100만원에서 최근 140만~150만원으로 올랐다. 2년 전 70만~80만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상승했다.

도시로공인중개소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및 협력업체들이 직원용 숙소를 구하면서 과잉 공급됐던 오피스텔의 공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공장 부지를 구하려는 협력업체들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한 소형 시행사가 개발한 공장용지는 작년 11월 분양을 시작해 18개 필지 중 12개 필지가 팔렸다. 시행사 관계자는 “M15공장에서 차로 20분 떨어져 있지만 공장 인근에서 소규모 부지를 구하기 힘든 2·3차 협력업체의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공사인력이 몰리며 주변 식당과 상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 편의점 점주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을 넘어갈 때가 많다”고 했다. 장사하기 좋아지면서 허허벌판에 있는 현장식당은 월 임대료가 530만원까지 올랐다.

◆낸드 시장 호전에 올라타나

M15공장 완공은 SK하이닉스의 사업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에서 D램이 차지한 비중은 90%로 70% 정도인 삼성전자와 비교해 높았다. 회사 실적이 D램 시장 변화에 전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4공장을 중심으로 3D 낸드 생산을 늘리고 있다. 내년부터 M15공장까지 더해지면 낸드 생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자업계에서는 M15공장이 초기에 48단 3D 낸드를 월 수만 장(웨이퍼 기준)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D램과 달리 낸드 값은 지난해 9월부터 떨어져 올해 들어서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도시바와 마이크론도 공격적인 3D 낸드 생산 확충에 나서며 공급이 수요 증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3D 낸드 생산이 기대만큼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공정 난도가 높아 예상만큼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낸드 생산량의 50% 이상을 3D 낸드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던 마이크론은 45%로 목표를 낮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M15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내년에는 낸드 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주=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