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인터넷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필명 드루킹)와 관련, “우리도 피해자”라는 견해를 밝혔다. 드루킹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인사 청탁을 시도하다가 좌절되자 협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일본 오사카 총영사 후보로 추천한 A변호사와 청와대 측 해명이 엇갈리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협박한 것인데 그러면 우리가 피해자 아닌가”라며 “이 사건의 핵심은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매크로 기계를 돌렸다는 것으로 이와 관련한 수사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드루킹이 총영사 후보로 추천한 A변호사를 만난 것은 ‘진상조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드루킹으로 알려진 민주당 당원 김모씨가 김 의원을 협박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상황 파악에 나서기 위해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A변호사를 만났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백 비서관은 (A변호사를 먼저 만나) 외곽 취재를 한 뒤 (A변호사를 추천한) 김씨를 만날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A변호사와 만난 뒤 며칠 후 김씨가 구속돼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아니라 백 비서관이 직접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김 의원이 중요하다고 하고 협박을 받는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구체적 협박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A변호사는 “2018년 3월 말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라는 분으로부터 인사 추천이 있었으므로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면담을 했다”며 “약 40분간 이뤄진 면담에서 총영사 추천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일본과 관련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A씨와의 면담이 청와대 설명처럼 진상조사 차원인지 아니면 면접 성격인지가 다소 불명확한 대목이다.

A변호사는 이날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2017년 말 드루킹씨가 저를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했다”며 “드루킹은 저를 추천하겠다고 미리 상의한 사실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추천 배경과 관련해선 “만일 추천했다면 일본 유학을 했고 일본 관련 업무를 하는 등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