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모드 바꾸면 클러스터 변화
방향지시등 조작시 후측방 영상 떠
편의사양 넣으면 벤츠 E클래스보다 비싸
6년 만에 돌아온 기아자동차 'THE K9'은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등 유럽의 고급 세단 못지 않게 다양한 기능을 갖고 왔다. 12.3인치 풀터치 스크린이 대시보드 상단에 장착돼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한 눈에 쉽게 들어왔다.
지난 17일 기아차가 마련한 미디어 시승회에서 신형 K9을 타봤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남춘천 나들목(IC)을 지나 더플레이어스골프클럽(GC)을 돌아오는 왕복 약 150㎞를 달렸다. 시승한 차량은 3.3 모델(6650만~8230만원)로 세부 트림은 '그랜드 마스터즈'(최고급형)였다.
2012년 처음 나왔을 당시 타봤던 1세대 K9은 고속 주행감이 국산차 중 가장 좋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기아차의 대중차 이미지와 유럽 세단과 비슷했던 높은 가격에 시장 반응은 미미했다.
실패를 접고 기아차는 또 한 번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벤츠와 BMW,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자 기아차는 K9 제품력을 다시 뜯어고쳤다.
2세대 K9은 상품 구성과 제품 균형감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매끈해진 운동 성능과 정숙성이 호감을 줬다.
좋은 차는 운전 중에 가속 페달을 더 밟고 싶게 만드는데 K9은 그런 매력을 갖췄다. 손맛이 좋은 핸들링과 부드러운 가속감, 운전석과 뒷좌석 탑승시의 편안함은 신차 개발 당시 기아차의 절실함이 묻어났다. 실내 인테리어의 디테일도 한껏 멋을 부렸다. 람다 3.3L 터보 직분사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페달을 밟는대로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제네시스에도 탑재된 이 심장은 최대 370마력까지 차를 끌어주고 1300~4500rpm에서 52㎏·m의 토크 힘을 뿜어냈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원하는 속도로 맞추는데 아주 편안했다.
대형 세단의 넉넉함과 묵직한 주행감은 바깥 소음을 철저히 차단시켰다. 직선 구간에서의 고속 주행에서도 엔진 회전반응이 운전석에 거의 들리지 않았다. 퍼포먼스와 정숙성은 고성능과 안락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유럽식 고급 승용차의 기준에 잘 맞춰졌다.
12.3인치 클러스터는 주행모드(컴포트-스포츠-에코-커스텀)에 따라 컬러와 그래픽이 바뀌었다.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바꾸니 운전석 시트 날개가 허리를 감싸줬다. 에코모드 주행시 시속 105~110㎞에서 8단 기어를 맞물렸더니 엔진회전수가 1500에 맞춰졌다. 시속 120㎞에서 1700rpm이면 충분했다.
주행 중 좌우 방향지시등을 켰더니 옆 차선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BVM)가 작동했다. 차선을 인식하는 차로유지보조(LFA)와 앞서가는 차와 간격을 맞춰주는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조작으로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 라인업에서 K9의 포지션은 제네시스 EQ900과 G80 중간에 자리한다. 제품력만 보면 EQ900에 뒤지지 않아 가격대는 G80보다 높다. 시승을 마치고 제품 카달로그를 살펴봤다. 렉시콘 오디오, VIP시트(운전석 전동 익스텐션 시트 포함), 상시 사륜구동(AWD) 등은 별도 옵션 품목이다. 퀼팅 나파 가죽시트, 동승석 메모리시트, 뒷좌석 파워시트 등의 편의사양을 고르면 가격대는 기아차가 경쟁자로 지목한 벤츠 E클래스보다 비싸진다.
신형 K9은 비럭셔리 브랜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급 세단의 조건은 갖췄다.시장엔 럭셔리 브랜드가 즐비하다. 결국 기아차가 대중차 브랜드란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지가 과제로 보여진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