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다음은?" 뒤숭숭한 KT… 황창규 회장 '정면돌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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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도 '초긴장'
황 회장 "사퇴의사 없다"
경찰,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조사
다음주께 결과 나와…거취 주목
정권 교체로 또 CEO 바뀌나
남중수·이석채 前 CEO도 정치 외풍 시달리다 물러나
"민영화한 지 16년 지났지만 정부 입김서 자유롭지 못해"
황 회장 "사퇴의사 없다"
경찰,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조사
다음주께 결과 나와…거취 주목
정권 교체로 또 CEO 바뀌나
남중수·이석채 前 CEO도 정치 외풍 시달리다 물러나
"민영화한 지 16년 지났지만 정부 입김서 자유롭지 못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와 KT는 각각 2000년, 2002년 민영화 이후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며 불명예 퇴진하는 사태를 겪었다. 재계에선 “포스코 다음은 KT 아니겠냐”며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될까 우려하고 있다. 황 회장은 측근들에게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주로 예상되는 경찰 수사결과 발표가 황 회장 거취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CEO들 ‘수난의 굴레’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했던 KT 수장들은 정권 교체와 함께 어김없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 1%의 지분도 갖지 않은 정부는 마치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듯 KT CEO를 갈아치웠다. 민영화한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KT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CEO들은 정부의 사퇴 압박에 맞서 버티는 듯했다. 그러나 턱밑까지 치고들어온 검찰의 칼날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차례대로 물러났다.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이 ‘권력의 쓴맛’을 본 대표적인 사례다.
노무현 정부 때 KT를 이끌던 남 전 사장은 2008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납품업체 선정, 인사 청탁 등 비리 혐의에 휘말렸다. 그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했으나 구속 두 달 전 자진사퇴했다. 파기환송심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다툼 끝에 남 전 사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아 실형을 면했다.
후임인 이 전 회장 역시 남 전 사장이 겪은 수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말 연임한 이 전 회장은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사퇴 압박에 맞서다 눈 밖에 났다. 검찰은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이 전 회장을 몰아붙였다. 그는 검찰 소환을 앞두고 2013년 11월 물러났다.
하지만 작년 5월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무죄 판결을 확정했고, 횡령 혐의엔 해당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은 이달 26일 열린다. 그의 배임 혐의 무죄 판결과 관련해 당시 법조계에선 “특정 인사를 찍어내기 위한 잘 짜여진 기획수사였다는 게 밝혀진 것”이란 반응까지 나왔다.
◆‘또 바뀌나’ 뒤숭숭
KT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정권 교체→검·경 수사→CEO 교체’라는 전철을 다시 밟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 회장은 2014년 1월 취임한 이후 실적을 개선하고 5G(5세대 이동통신) 등 신사업 준비도 차질 없이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취임 첫해 KT는 연결 영업손실 4066억원을 냈지만 이듬해 1조29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과 지난해도 각각 1조4400억원, 1조37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는 2016년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임원 채용과 광고 몰아주기 의혹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이런 경영 성과에 힘입어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경찰은 KT 내부 고발자의 진술을 토대로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4년부터 작년까지 국회의원 90여 명의 후원회에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법인자금 4억3000여만원을 불법 후원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여왔다. 황 회장에 대한 수사 초점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다.
그가 직접 불법 후원금 조성 및 지급을 지시하거나 또는 이런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게 유죄 입증의 관건이다. 황 회장은 지난 17일 오전 9시30분부터 18일 새벽 5시50분까지 20여 시간 동안 경찰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조사에) 성실히 답변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이 취임 초부터 정치적 외풍을 막을 방패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수사에 상관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것”이라며 “내년 3월 예정된 세계 최초의 5G 상용 서비스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CEO들 ‘수난의 굴레’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했던 KT 수장들은 정권 교체와 함께 어김없이 사퇴 압박을 받았다. 1%의 지분도 갖지 않은 정부는 마치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듯 KT CEO를 갈아치웠다. 민영화한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KT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CEO들은 정부의 사퇴 압박에 맞서 버티는 듯했다. 그러나 턱밑까지 치고들어온 검찰의 칼날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차례대로 물러났다.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이 ‘권력의 쓴맛’을 본 대표적인 사례다.
노무현 정부 때 KT를 이끌던 남 전 사장은 2008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납품업체 선정, 인사 청탁 등 비리 혐의에 휘말렸다. 그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했으나 구속 두 달 전 자진사퇴했다. 파기환송심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다툼 끝에 남 전 사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아 실형을 면했다.
후임인 이 전 회장 역시 남 전 사장이 겪은 수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말 연임한 이 전 회장은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사퇴 압박에 맞서다 눈 밖에 났다. 검찰은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이 전 회장을 몰아붙였다. 그는 검찰 소환을 앞두고 2013년 11월 물러났다.
하지만 작년 5월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에 무죄 판결을 확정했고, 횡령 혐의엔 해당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은 이달 26일 열린다. 그의 배임 혐의 무죄 판결과 관련해 당시 법조계에선 “특정 인사를 찍어내기 위한 잘 짜여진 기획수사였다는 게 밝혀진 것”이란 반응까지 나왔다.
◆‘또 바뀌나’ 뒤숭숭
KT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정권 교체→검·경 수사→CEO 교체’라는 전철을 다시 밟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 회장은 2014년 1월 취임한 이후 실적을 개선하고 5G(5세대 이동통신) 등 신사업 준비도 차질 없이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취임 첫해 KT는 연결 영업손실 4066억원을 냈지만 이듬해 1조29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과 지난해도 각각 1조4400억원, 1조37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는 2016년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임원 채용과 광고 몰아주기 의혹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이런 경영 성과에 힘입어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경찰은 KT 내부 고발자의 진술을 토대로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4년부터 작년까지 국회의원 90여 명의 후원회에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법인자금 4억3000여만원을 불법 후원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여왔다. 황 회장에 대한 수사 초점은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다.
그가 직접 불법 후원금 조성 및 지급을 지시하거나 또는 이런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게 유죄 입증의 관건이다. 황 회장은 지난 17일 오전 9시30분부터 18일 새벽 5시50분까지 20여 시간 동안 경찰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조사에) 성실히 답변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이 취임 초부터 정치적 외풍을 막을 방패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수사에 상관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것”이라며 “내년 3월 예정된 세계 최초의 5G 상용 서비스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