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정부가 중국 차관으로 대규모 항만을 지었지만 운영권을 중국에 내주고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편승하려다 오히려 이용당하기만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유 자오상쥐(招商局)그룹이 지난해 12월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99년간 인수했지만 항만 이용이 늘지 않으면서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은 애초부터 상업성이 떨어지는데도 중국의 해상 패권 확대를 위한 정치·군사적 목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0년 완공된 이 항만은 스리랑카가 중국으로부터 약 10억달러(약 1조700억원)의 차관을 들여와 건설했다. 개항 이후 줄곧 적자를 냈고 현재 하루 한 척 정도의 선박이 정박하는 수준이다. 인도양을 오가는 연간 6만 척의 선박은 대부분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항만을 이용한다.

스리랑카 정부는 결국 지난해 12월 11억2000만달러의 빚을 탕감받는 조건으로 자오상쥐그룹에 항만 운영법인 지분 70%를 넘겨줬다. 중국 의존 정책을 추진한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집권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차관 재협상 등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실패했다.

현지 언론과 인도 등 주변국에선 중국에 전략적으로 이용당하고 경제적 이권까지 빼앗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는 “항만 운영권을 넘긴 것은 군사적 목적과 관련이 없다”며 “이 사업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고, 자오상쥐그룹이 추가로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 정책은 정치·군사적인 사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 거래는 투명하게 공개됐으며 상호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