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청와대=피해자' 프레임에 충실한 檢·警의 '드루킹' 기소
“검찰 기소 내용만 놓고 보면 청와대와 여권은 ‘드루킹’의 피해자가 확실하네요. 더불어민주당원인 드루킹 김모씨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전을 전후해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으로 댓글을 조작하면서 여론몰이를 했다는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지난달 21일 ‘댓글 조작’과 관련해 체포된 드루킹 등 3명의 기소결과를 놓고 검사 출신인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가 내놓은 촌평이다.

검찰은 지난 17일 드루킹을 기소하면서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을 내렸다는 네이버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고 ‘공감’수를 조작해 네이버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도록 했다는 얘기다.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추진한 올림픽 단일팀을 놓고 ‘땀 흘려 준비한 남한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었는데 이들이 무슨 죄’라는 식의 댓글을 달아 수백여 명이 공감한 것으로 조작했으니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난감했을 것이다. 경찰은 18일 드루킹과 공범관계라는 A씨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평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네이버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의 기소는 내용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다분히 정치적인 움직임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내놓으라는 드루킹의 인사청탁을 혼자서 뿌리치지 못하고 청와대 힘까지 빌리지 않았냐”며 “드루킹이 무슨 사연으로 김 의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는지와 관련한 의혹을 풀어줄 토대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충실한 기소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경찰과 검찰은 이번 기소에 대해 ‘일단’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일단 네이버 업무방해로 구속한 뒤 추가로 죄가 밝혀지면 다른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드루킹을 긴급체포하면서 3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혐의를 찾다 보니 공교롭게 동계올림픽 댓글 조작밖에는 수사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에서는 지난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드루킹을 불법 선거사무소 개설 등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해왔기에 고양지방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이나 신청했지만 거절당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흘러나온다.

대형 로펌의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과 경찰이 드루킹을 놓고 1년 가까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세간의 의혹과 동떨어진 ‘청와대는 피해자’ 프레임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지 모른다”며 “특별검사 이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왜 높아지고 있는지 수사당국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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