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과 대학교수 간의 기술개발을 위한 산학협력은 대개 한두 번으로 끝난다. 서너 번 연결되는 것은 쉽지 않다. 프로젝트마다 성격이 다른 데도 원인이 있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영신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 사장(60)과 성창근 충남대 식품공학과 교수(63)의 사례는 다르다. 20년째 협력하고 있다. 최 사장이 시장에서 팔릴 만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시제품을 제작하면 성 교수가 연구 분석을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인증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더 나은 제품이 될 수 있도록 조언해준다. 서울대 농대와 미국 노스다코타대(이학박사)를 나온 성 교수는 분자생물학 및 발효공학 분야에서 200여 건의 논문을 쓴 전문가로, 대덕바이오라는 업체도 경영하고 있다.
바이오미스트가 10여 년 전 개발해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 수출한 ‘기록물 및 문화재 소독장비’도 이들이 협력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식물성 정유(에센셜 오일)에서 나오는 천연향기를 이용한 기록물 및 문화재 소독장비다. 좀, 곰팡이 등에 의한 피해를 입기 마련인 고문서를 소독하는 설비다. 이 장비를 일본의 하마다시립중앙도서관, 도쿄서고, 말레이시아 국가기록원, 쿠알라룸푸르시청, 오만 국가기록원, 리투아니아 빌리우스대학도서관 등에 공급했다. 국내에도 국립중앙도서관, 육군중앙문서관리단, 독립기념관, 외교부 등 20여 곳에 납품했다.
바이오미스트는 이번엔 성 교수의 도움으로 베개에서 서식하는 특정 유해세균을 살균할 수 있는 ‘바이오미스트 필로우’ 등 친환경 살균소독 미스트 4종을 개발했다. 최 사장은 “순수 천연 및 천연유래 성분만을 이용해 안개분무식으로 뿌려주면 소독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프레온가스나 가연성가스를 쓰지 않고 압축공기에 의해 분사되도록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베개 전용 제품 외에도 교복 등 유니폼 전용 ‘바이오미스트 유니폼’, 인형이나 유모차 등 유아용품 전용 ‘바이오미스트 베이비’, 화장실 변기 전용 ‘바이오미스트 토일렛’도 선보였다. 최 사장은 “일본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일본 시장 개척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협력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부터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 관련업체를 경영했던 최 사장은 인건비 급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사업을 포기하고 뉴질랜드 이민을 결심했다. 그곳에서 향기에 눈뜨게 됐다. 다시 귀국해 1995년부터 국내에서 마케팅용 향기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초기에 영입한 연구소장이 충남대 출신이었고 그 소장의 지도교수가 성 교수였다. 이런 인연으로 1999년 충남대 산학연연구관에 연구소(지금은 서울로 이전)를 설립하고 식물정유를 이용한 천연항균제 등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에 나섰다. 최 사장은 “성 교수는 왕성하게 연구하면서도 중소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준다”며 “매달 한두 번 전화 통화를 해 조언을 듣고 제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최 사장은 마케팅 포인트를 잘 파악하는 데다 연구과제도 콕 찍어서 의뢰하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감사가 오랫동안 협업을 유지하는 윤활유가 되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