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미국의 대러시아 추가 제재와 관련, 러시아에서 독일 기업들이 벌이는 투자와 합작사업에 대해서는 예외 인정을 미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이번 주 미 방문 때 독일 기업에 대한 특별대우를 요구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담 때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독일 관료들이 밝혔다.
러 진출 독일기업 '전전긍긍'… 독일, 미에 대러제재 면제 요청
이는 미 재무부가 지난 6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리아 정부 지원 등을 문제 삼아 제재 대상에 올린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들이 독일 기업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어서다.

독일 기업들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로 장기간 이뤄진 현지 합작사업이 위협받고 신규 사업에 대한 은행 대출이 끊기는 것은 물론 독일 산업계가 수억 유로(수천억 원)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 독일 기업 가운데 기계·장비 제조업체 지멘스, 자동차회사 다임러와 폴크스바겐 등이 대표적이다.

지멘스는 이번 신규 제재 명단에 포함된 러시아 신흥재벌 올레크 데리파스카와 밀접하게 연관된 업체 '러시안 머신스'와 2014년 합작회사를 세웠으며 모스크바 지하철 현대화 사업 입찰에 1억6천만 유로(2천112억 원)를 쓰기로 약속했다.

다임러와 폴크스바겐은 데리파스카 소유 가즈 그룹과 각각 합작사업을 하고 있다.

다임러는 2013년부터 러시아의 공장 2곳에서 메르세데스-벤츠 경차와 디젤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다임러와 가즈 그룹이 여기에 투입한 자금은 1억9천만 유로(2천507억 원)를 넘는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러시아 내 폴크스바겐 모델과 스코다 모델의 생산, 디젤 엔진 공급을 위한 계약을 갱신했다.

2017년 러시아에서 팔린 폴크스바겐 차량은 19만1천700대로 전년보다 15% 가까이 급증했다.
러 진출 독일기업 '전전긍긍'… 독일, 미에 대러제재 면제 요청
독일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2017년 545억 유로(71조9천449억 원)로 전년과 비교해 21.1% 커지고, 독일 기업들의 러시아 투자 규모가 최근 몇 년 사이에 200억 유로(26조4천18억 원)를 넘는 등 양국 간 무역·투자가 활발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부가 작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대선 개입과 사이버 해킹 등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자 독일 기업들의 우려와 불만이 커지는 것이다.

동구무역위원회(Ost-Ausschuss) 등 독일 산업계 로비단체들은 미국이 일정 시점 이전에 이뤄진 러시아 투자와 합작사업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인정해 제재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