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올해 100만 조합원 시대를 열 것인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여세를 몰아 한국노총을 제치고 국내 제1노조를 차지할 것인가.’ 노동계 인사들의 관심사가 이 두 가지에 모아져 있다.

양대 노총의 조직 확대 경쟁이 치열하다. 친(親)노동 성향인 정부를 등에 업고서다. 20년 가까이 정체상태에 있던 양대 노총 조합원 수도 새 정부 들어 증가세가 확연하다. 하지만 주로 공공 노조 중심으로 세 불리기에 나서면서 전체 근로자의 90%는 여전히 양대 노총이 쳐놓은 ‘울타리’ 밖에 있다. 두 노총 모두 ‘모든 근로자에게 노조 할 권리’ ‘200만 조합원 시대’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고임금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 중심의 ‘그들만의 노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양대 노총 조합원 1년새 8만명 ↑…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만 배불려
1년 만에 양대 노총 조합원 8만 명↑

양대 노총의 조합원은 작년 한 해에만 8만 명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1989년 19.8%로 정점을 찍고 2004년 10.6%로 떨어진 이후 줄곧 10% 언저리에서 정체됐던 노조 조직률이 다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합원 증가세는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작년 말 기준 78만6600여 명에 달했다. 1년 만에 5만2000여 명 늘었다. 지난해 한림대병원, 을지대병원, 국립암센터 등 공공 병원노조 상당수와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이 된 네이버의 직원 3000명이 민주노총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도 조직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정규직화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기존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3600여 명) 외에 정규직화 바람을 타고 500명 가까이 늘었다. 불법파견 이슈도 세 불리기 수단으로 활용됐다. 파리바게뜨 협력사 소속 제빵사들이 파리바게뜨 자회사에 고용되면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각각 500여 명, 700여 명 늘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조합원이 98만9900여 명까지 늘어 1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연맹(1만500여 명),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5546명),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3124명) 등에서 조합원이 크게 늘었다.

외면받는 중기·비정규직 근로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내 노조 조직률은 10.3%다. 전체 근로자 1917만2000여 명 중 노조 조합원은 196만6000명으로, 근로자 10명 중 9명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조 구성을 살펴보면 양대 노총의 ‘민낯’을 보게 된다. 사업장 규모별 조직률을 보면 300명 이상 사업장은 55.1%에 달했다. 100~299명 사업장은 15%, 30~99명 사업장은 3.5%였다. 30명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2%로 노조가 없는 셈이다. 부문별로는 공무원들의 노조 조직률이 67.6%로 민간부문(9.1%)의 7배를 넘었다. 양대 노총이 사실상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얘기다.

‘그들만의 노조’라는 지적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제기됐다. 지난해 9월 방한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양대 노총을 향해 “비정규직, 청년 구직자 등 노조원이 아닌 계층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조직화에 나선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규직 노조가 앞장서 비정규직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에서 정규직 고용과 처우 개선을 위해 비정규직을 방패삼아온 행태도 노총에 대한 반감을 키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