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베트남 펀드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 올 들어 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베트남 펀드에 몰렸다. 하지만 일각에선 쏠림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오른 베트남 증시가 흔들리면 개인투자자들이 2006년과 같은 큰 손실을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베트남 펀드 15개에는 올 들어 5813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이 회사가 분류하는 지역별 해외펀드 19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인기몰이 비결은 높은 수익률이다. 올 들어 베트남 펀드는 평균 14.20%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0.41%에 그쳤다. 베트남 전문 운용사인 피데스자산운용의 송상종 대표는 “베트남은 경제성장률, 무역수지, 1인당 소비증가율 등 국내외 경제 지표가 세계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국가”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증시가 오를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쏠림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돼 베트남 증시를 끌어올렸던 2006년처럼 한국 자본이 베트남 증시를 부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트남 증시가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손해를 본 투자자가 많았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지난해 말부터 베트남 증시 과열을 우려하는 지적이 많았는데도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증시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줄곧 올라 투자자 차익실현 욕구가 높기 때문에 작은 변수에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트남 VN지수가 최근 2주 동안 고점 대비 8%가량 급락한 것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경제와 증시가 건전해졌기 때문에 2006년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당시 4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100조원으로 커졌고, 한국 자금만으로 증시 방향에 영향을 주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송 대표는 “최근 베트남 증시 조정은 추가 상승을 위해 필요한 건강한 조정”이라며 “신규 투자를 검토한다면 당분간 지켜보다가 지수가 10~15%가량 충분히 조정받았을 때 들어갈 만하다”고 조언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