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사회적 기업 3년… '착한일에 보상' 통했다
“사회 문제의 발생 속도가 해결 속도보다 빠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제3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 참석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2014년 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책을 통해 ‘사회성과인센티브’를 제안했다. 착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면 사업을 오래 유지하면서 사회 문제 해결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 뜻에 따라 SK그룹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과 함께 2015년 4월부터 사회성과인센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우수한 사회적 기업에 돈으로 힘을 실어주자는 최 회장의 실험이 어느덧 만 3년을 맞았다. 사회적 기업이 착한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익을 창출해내는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실무 조직인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은 먼저 기업이 각종 활동을 문서화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안내한다. 자신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어디서나 정당하게 평가받게 하기 위해서다. 추진단은 사회적 기업이 1년 동안 해낸 일들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올해까지 사회성과인센티브에 참여한 130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는 324억원의 가치를 낳은 것으로 측정됐다. 분야도 일자리 창출·사회서비스 제공·환경문제 및 생태계 문제 해결 등 다양하다. 추진단은 올해 사회적 기업에 총 73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2015년부터 만 3년간 인센티브를 받은 1기 44개 기업은 연평균 8%의 매출 증가와 31%의 사회성과 증가율을 보였다. 인센티브가 매출 증가 같은 외형적 성장과 큰 폭의 사회성과를 창출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오늘로 3년을 맞다 보니 결산을 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마친 최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 매각 지연과 관련해 “미·중 무역분쟁과는 별 상관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곧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독점금지법 심사 승인 지연으로 재협상설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선 웃으면서 “그런 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