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끝 다시 불거진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
원·외화로 분리된 금융감독
외환정책은 기재부 소관
가계부채 등은 금융위 담당
"돈 국경 넘나드는데…" 비판
국내금융서도 칸막이 여전
금감원에만 금융사 검사권
한은엔 단독 검사권 없어
주요국 중앙은행으론 유일
금융정책 칸막이 때문에 위기 올 수도
전문가들과 금융회사 임원들은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은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은행은 원화 및 외화자금을 조달하고 국내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대출해준다. 은행장들은 매일같이 외환시장 동향을 세밀히 체크한다.
그렇지만 금융정책은 원화와 외화가 분리돼 있어 서로 깜깜이인 경우가 많다. 최근 ‘환율 주권’ 논란만 해도 그렇다. 김 부총리는 이번 미국 출장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과 만나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정보 공개 정도를 논의했다.
외환당국인 기재부가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얼마나 자주, 많이 공개하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기재부가 구체적인 매수·매도 내역을 공개할 경우 급격한 환율 변동이 불가피하다.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주식시장, 채권시장은 물론 원화자금 시장도 큰 영향을 받지만 금융위는 이런 과정에 배제돼 있어 속만 태우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재부와 수시로 업무 협의를 하지만 직접 담당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털어놨다. 한 은행 임원은 “외환 문제가 지금 큰 이슈인데 기재부와는 거리가 있어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자칫 위기가 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그 반대다.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는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외화자금 조달 영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가계부채 관련 정보와 정책은 사실상 금융당국이 독점하고 기재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은 국내에서 돌다가 국외로 나가기도 하고 국내로 들어오기도 하는 등 경계없이 움직인다”며 “하지만 돈이 당장 어디 있느냐에 따라 주무부처가 달라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감원 검사 독점은 문제”
이 같은 업무 칸막이는 기재부와 금융위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은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와 금감원 사이에도 존재한다. 금융회사 검사권은 금감원에만 있다.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은 금융회사에 대한 자료요구권만 있을 뿐 단독 검사권은 없다. 현장에 나가서 통화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은행의 건전성이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려면 금감원에 공동 검사를 요청해야 한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 은행 검사권을 갖지 못한 곳은 한은뿐이다. 게다가 한은과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들여다보는 근본 취지가 다르다. 한은은 주로 거시 안정 차원에, 금감원은 사건·사고 처리 및 예방 등 개별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은의 불만은 공동 검사를 나갔을 때 더 커진다. 한은 관계자는 “공동 검사에 나가면 금감원 검사역이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한은 검사반에 자료를 제공하지 말라고 한다”며 “굳이 제공하려면 금감원을 거쳐서 주라고 해서 황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그런 사례가 있었지만 2009년 양해각서(MOU)를 고친 후엔 대부분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금융회사들은 한은과 예보 등에 단독 검사권을 주는 것에 부정적이다. 중복 검사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한 은행 부행장은 “은행으로선 검사기관이 늘면 피곤해지는 건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금융감독당국, 중앙은행, 예보 기구 등이 다같이 참여하는 건전성감독 총괄기구를 두고 있다”며 “이번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때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신영/김은정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