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하마을 간 김경수 >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 의원이 부인 김정순 씨와 2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봉하마을 간 김경수 >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 의원이 부인 김정순 씨와 2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공모관계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나왔다. 김씨가 메신저를 통해 김 의원으로부터 특정 언론기사 주소(URL)를 받은 뒤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의원은 “홍보해주세요”라며 기사 URL을 전송했다. 또 텔레그램 외에 이슬람국가(IS)가 쓰는 것으로 알려진 ‘시그널’이라는 메신저 프로그램으로도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김 의원이 드루킹의 메시지를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전 브리핑이 잘못이었다며 사과했다. 또 두 사람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만큼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金·드루킹 공모 의심 정황 나와

2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김씨에게 텔레그램으로 기사 URL 10건을 포함한 14건의 메시지를 보냈다. 기사가 아닌 나머지 4건은 “홍보해주세요”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 등의 문자와 대선 당시 언론에 공개된 문재인 후보 일정, 유튜브 홍보영상 링크였다. 당초 김 의원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고맙다’는 의례적 인사말은 김 의원 보좌관의 메시지로 밝혀졌다.

드루킹이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 의원에게서 특정 URL을 전송받은 뒤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의원이 지시하고 김씨가 이행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표현이다. ‘지시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만큼 경찰도 구속된 김씨에 대한 구치소 조사에서 이 부분의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이 기사 URL을 보낸 이유에 대해 드루킹은 자신이 운영하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한 ‘선플(긍정적 댓글) 운동’을 기대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처리하겠다’는 답변 역시 해당 기사에 선플 운동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씨 진술을 온전히 믿기 힘든 만큼 실제 김 의원에게 받은 기사에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이용해 댓글을 조작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불법 매크로 사용이나 금품 제공 없이 자발적 선플 운동만 이뤄졌다면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일본 대사 청탁·새 대화방 발견

경찰은 김 의원과 김씨 사이의 새로운 대화방과 추가 인사청탁 관련 정황도 밝혔다. 피의자들에게서 압수한 휴대폰 분석 결과 두 사람은 지난해 1~3월 시그널이라는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씨가 39차례, 김 의원이 16차례 메시지를 전했다. 해당 대화방에 기사 URL은 없었다.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는 추가로 수사해야 할 부분이다.

김씨는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외에 일본 대사 관련 인사도 청탁했다. 다만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의 보좌관을 통해 일본 대사 청탁이 들어갔으나 아무 답변이 없어 거절한 것으로 (김씨가) 받아들였다”며 “일본 대사 청탁이 안 되니 오사카 총영사로 자리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김 의원은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기사 주소가 김씨에게까지 전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URL을 직접 보냈다고는 하지 않았다. 김 의원 해명과 달리 두 사람의 공모 여부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나온 만큼 경찰은 조만간 김 의원의 보좌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김 의원 역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크로 조작 기사 6건 추가 발견

경찰은 김씨 등이 매크로로 댓글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사 6건도 추가로 공개했다. 지난달 16~18일 포털에 전송된 해당 기사 6건은 김씨가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서 보낸 3000여 개 기사에 포함돼 있다. 1월17일 조작 범행에 사용된 아이디 614개 중 205개가 6건의 기사에 달린 댓글 18개의 공감순을 조작하는 데 쓰였다는 분석이다.

새로 드러난 기사 6건 중 절반은 정치 기사로 △‘링’ 위에 오른 개헌논의…개헌시기·총리선출 험로 예고 △文대통령 “남북 이으면 한반도운명 변화…해양강국 중심 부산항”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 74%…지난주보다 3%P 상승 등이다.

드루킹 일당은 매크로를 이용해 해당 기사의 댓글을 친정부적인 성향으로 조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1월17일 범행 동기에 대해 ‘보수진영의 소행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지금은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아 우발적으로 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1월17일만 정부 비판 댓글을 늘렸는지 여부는 좀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