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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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설명회가 20일 열렸다. 롯데 신라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현대백화점 HDC신라 두산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세계 면세업계 1위 듀프리의 자회사 두 곳(듀프리글로벌,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 등 모두 9개 업체가 참석했다.

이날 주목을 받은 곳은 단연 롯데면세점이었다. “임대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가 설명회에 등장한 만큼 사실상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롯데는 지난 2월 1터미널에서 운영하던 4개 구역 사업권 중 주류·담배 판매 구역(DF3)을 제외한 3개 구역의 사업권을 반납했다.

롯데도 왔다… 공항면세점 사업자 설명회 9곳 참여
인천공항공사 측은 롯데가 반납한 향수·화장품 판매 구역(DF1)과 탑승동 면세점 전체(DF8)를 하나로 묶고, 피혁·패션(DF5) 구역을 따로 분리해 2개 사업권에 대한 입찰 신청을 5월24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롯데가 반납한 사업권 입찰에 나서기로 한 이유는 임대료 수준이 낮아져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는 2014년 롯데가 낙찰받을 때에 비해 임대료 최소 보장액을 30~48% 낮게 책정했다. 최종 임대료는 신청 업체들이 제시할 입찰 금액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기존 임대료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롯데가 사업권 반납에 따른 감점을 감수하고 높은 금액을 써내면 낙찰받을 수도 있다. 롯데가 의욕을 보이자 당황스러워하는 곳은 공항공사다. 공항공사 측은 “입찰에 제한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다시 롯데를 사업자로 선정하면 “결과적으로 롯데에 임대료만 깎아줬다”는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롯데 관계자는 “중도 계약해지 위약금(1870억원)을 다 냈고 적법하게 입찰이 이뤄진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공항공사가 롯데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사업권 중도 반납 시 주어지는 감점은 3점(100점 만점)이다.

다른 면세점 업체들도 롯데의 참여가 달갑지 않다. 국내 면세점 1위 기업 롯데가 평가의 60%를 차지하는 사업성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롯데를 의식해 입찰 금액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롯데가 입찰에 나설지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는 롯데와 비슷한 이유로 제주공항 출국장 면세점 운영권을 반납한 뒤 사업 설명회에 참여했지만, 최종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