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출신 '슈퍼 개미'
2008년 좋은사람들 인수
올들어 지분가치 339억 늘어
◆1년 새 주가 3.6배로 급등
좋은사람들은 20일 코스닥시장에서 470원(5.44%) 하락한 8170원에 마감했다. 연이틀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한 여파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좋은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종전’을 언급한 18일부터 급등했다. 17일 5280원이던 주가는 19일 8640원으로 이틀 새 63.6% 상승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로 멈춘 공장이 재가동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1년 전(2395원) 주가와 비교하면 3.6배로 오른 것이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배주주의 보유 지분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선 대표의 부인인 염덕희 씨(11.98%)다. 선 대표가 지분 100%를 가진 지앤지인베스트(7.98%)는 2대 주주고, 선 대표 개인이 0.69%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좋은사람들 주가는 1950원이었다. 당시 주가로 환산한 선 대표 등 지배주주의 지분 가치는 106억3300만원이었다. 20일 현재 이들의 지분 가치는 445억4900만원. 올해 들어서만 주식평가액이 339억1600만원 불어났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좋은사람들 인수 후 마음고생이 많았던 선 대표에게 드디어 ‘볕들 날’이 왔다”는 말이 나왔다.
◆인수 10년 만에 ‘볕들 날’ 올까
선 대표는 2000년대 초반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 펀드매니저’였다. 그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1997년 미래에셋투자자문을 창업할 당시 합류한 ‘박현주 사단’ 8명 중 한 명이다. 선 대표는 미래에셋에서 국내 첫 개방형 뮤츄얼펀드인 인디펜던스펀드 운용을 맡아 시장수익률을 연 20~30%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며 유명해졌다.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본부장(이사)으로 있던 2002년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 전업투자자로 변신했다. 사표를 던지자 박 회장이 그를 붙잡기 위해 연봉 100억원을 제시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업계에서 큰 화제였다.
선 대표는 이후 선물·옵션에 주로 투자하며 연평균 4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2000년대 후반 업계 관계자들은 그가 나타날 때마다 시장이 뒤흔들리자 ‘슈퍼 메기’라고 불렀다.
2008년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좋은사람들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선 대표는 “저평가된 식품·의류 등 의식주 관련 기업을 찾던 중 좋은사람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인수 후 선 대표는 회사를 직접 경영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좋은사람들은 한동안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2016년에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악재를 만났다. 그해 좋은사람들은 4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3년 1462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1193억원으로 줄었다. 최근의 남북 해빙 무드로 선 대표가 ‘반전드라마’를 쓸수 있을지 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