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의 지표금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다시 연 2.9%대로 올라서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유가 급등과 통상 전쟁으로 물가 인상 우려가 더욱 커진 탓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0.046%포인트 오른 연 2.914%에 마감했다. 지난 2월22일(연 2.919%) 이후 가장 높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0.04%포인트 오른 연 2.433%에 거래됐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0.058%포인트 상승한 연 3.106%를 기록했다.

마켓워치는 “유가뿐 아니라 다른 많은 부문에서 물가 상승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는 이날 장중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69달러를 넘어서고, 브렌트유도 배럴당 74달러를 돌파했다. 둘 다 2014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의 최고치다. 미국 원유 재고 감소,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100달러 목표설, 미국의 다음달 이란 핵협정 파기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 유가 상승은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원자재 값도 오름세다. Fed가 지난 18일 발표한 베이지북(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영향으로 철강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발표된 뒤 10여 일 만에 20% 이상 치솟았다. 가뜩이나 수요가 많은데 통상전쟁 우려까지 겹쳐진 탓이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1000명 줄어든 23만2000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 지난 한 달간 3주나 감소했다.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1967년 이후 가장 긴 163주 연속 30만 명을 밑돌고 있다.

토르스텐 슬록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완전 고용에 가까운 채용 시장과 통상전쟁 가능성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 단서가 계속 나오면 Fed가 예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Fed가 주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넉 달째 1.5%에 머물다 지난 2월 1.6%로 높아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