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는 여유 있게, 하의는 꼭 맞게. 요즘 눈에 띄는 패션 스타일이다. 일명 ‘아노락’이라고 부르는 옷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1970~1980년대 유행한 ‘청청 패션’처럼 아노락도 ‘복고 패션’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왔다.
한물간 패션? 모자 달린 이 점퍼 핫한 스타일!
캐주얼하게 넉넉하게

패션 트렌드는 명품에서 시작해 캐주얼, 스포츠 브랜드로 확산되는 게 일반적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6개월 앞서 패션쇼를 열기 때문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이자벨 마랑’은 올봄에 반짝이는 은색 아노락 점퍼를 내놨다. 158만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3주 만에 절반 이상 팔려나갔다. 브라운과 핑크를 섞은 아노락 점퍼는 청바지, 미니스커트, 핫팬츠 등에 다 잘 어울린다. 품이 넉넉한 아노락 점퍼는 얼굴을 작아 보이게, 다리를 가늘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활동이 편한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캐주얼 브랜드는 저마다 올 봄·여름 주력 상품으로 아노락 제품을 출시했다.

아노락은 에스키모인이 입던 방한용 외투에서 유래된 모자 달린 점퍼를 말한다. 지퍼가 전면에, 모자가 뒤에 달려 있는 게 일반적이다. 앞에 캥거루처럼 주머니가 달린 디자인이 많다. 최근엔 얇은 경량 재킷뿐 아니라 면 소재의 티셔츠, 반팔 티셔츠 등에도 아노락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항공점퍼 스타일의 봄버, 긴 길이의 야상형 재킷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아노락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청바지뿐 아니라 짧은 반바지와도 잘 어울려 여름철까지 입는 용도로 얇은 긴팔 아노락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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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바람 막아주고 가벼워

휠라가 올해 신상품으로 선보인 세 가지 스타일의 아노락 점퍼는 완판됐다. 온라인몰 전용상품으로 내놓은 아노락 점퍼 네이비색은 출시 3일 만에 동이 났다. 네이비와 화이트 배색이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데다 13만원대의 가격도 한몫했다. 그 뒤 한 차례 추가 입고를 했지만 당일에 매진됐다. 휠라 아노락 점퍼는 네이비, 레드, 화이트 등 기본 색깔을 어우러지게 넣은 것이 특징이다. 가벼운 나일론 소재로 겉감을, 바람이 잘 통하는 메시 소재로 안감을 만들어 여름까지 걸칠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이 강한 한여름철 실내에서도 입기 좋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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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의 스포츠 브랜드 ‘질스튜어트 스포츠’는 흰색 지퍼로 포인트를 준 아노락 티셔츠를 내놨다. 밑단 품을 스트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트레이닝복, 청바지 등에 입기 좋다. 세정과미래의 캐주얼 브랜드 ‘NII’는 여름까지 입을 수 있는 아노락 점퍼를 선보였다. 메시 소재 안감, 가벼운 무게가 특징이다. 햇빛이 강렬한 봄·여름에 야외활동용으로 입기 좋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가격대가 5만9000~9만9000원대로 저렴한 편이어서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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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사이에서 인기

캐주얼뿐 아니라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아노락 제품이 나왔다. 아웃도어 브랜드 ‘K2’는 얇고 가벼운 바람막이 ‘파이오니어 재킷’을 아노락 스타일로 내놨다. 바람이 잘 통하는 소재,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길이로 제작했다. 일교차가 클 때 아침저녁에 걸치기 좋다. 얇고 가볍기 때문에 한낮에는 작게 접어 들고 다닐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빅 로고 패션’, 색을 섞어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 등을 적용했다.

20~30대 사이에선 출근용으로 입기 좋은 면 소재 아노락 제품이 인기다.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퍼스텝’ ‘더블유브이프로젝트’ 등 10~20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캐주얼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다. 패션몰 무신사닷컴 등에선 오버사이즈 아노락 재킷, 티셔츠 등이 판매 상위권에 올라있다. ‘로맨틱크라운’은 무난한 베이지색 면 소재 아노락 셔츠를, ‘오베르’는 반팔 길이의 아노락 티셔츠를 선보였다. ‘반스’는 군복 같은 디자인의 카무플라주(camouflage) 패턴을 아노락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아노락 제품은 보통 남녀 공용 사이즈로 나오기 때문에 커플룩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조형철 K2코리아 의류기획팀 차장은 “올해 트렌드는 아노락 스타일의 바람막이”라며 “기존 아웃도어 의류와 달리 색상을 과감하게 썼고 봄과 여름에 입기 좋은 소재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