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사랑고백 또는 우연에 바치는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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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영화배급사 직원 만희(김민희 분)는 프랑스 칸영화제 출장 중 "정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배급사 대표 양혜(장미희)는 영화감독 완수(정진영)와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연인 사이다.
그런데 완수와 만희가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
영화제에는 물론 완수도 동행했다.
완수는 음악교사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우연히 만난다.
클레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놀러 다니는 중이었다.
완수는 카페에서 말을 트게 된 클레어를 종종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본다.
도서관에 가서 프랑스어로 쓰인 시를 읽어달라고도 한다.
클레어는 해고당해 할 일이 없어진 만희도 우연히 만난다.
만희는 클레어에게 자기 처지를 하소연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홍상수 감독의 스무 번째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는 바람둥이 영화감독 완수와 그를 둘러싼 세 여자 이야기다. 홍상수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대단치 않은 우연과 조금씩 어긋나며 묘한 말맛을 내는 대사가 영화를 이끌어간다.
욕망에 충실한 남자, 술을 마시면 더 뻔뻔해지는 남자도 물론 등장한다.
영화 속 완수는 턱수염이며 헤어스타일, 옷차림까지 현실의 홍상수를 빼닮았다.
전작들보다 더 직접적인 홍상수의 자기고백이라고 말하듯, 배급사의 현지 사무실엔 홍상수가 연출한 영화의 해외 포스터가 붙어있다.
홍상수 영화에 거의 예외없이 감독 본인을 대입하는 관객 눈으로 보면, 홍상수는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김민희의 매력에 찬사를 보낸다.
여기엔 만희의 예쁨과 젊음에 대한 질투로 어찌할 줄 모르는 양혜까지 동원된다.
완수에게 만희는 '영원히' 예쁘고 '영혼마저' 예쁘다.
5년간 일한 회사에서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고도 대표에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할 만큼 순수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개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한다.
"나, 너무 착하다." 완수는 홍상수 영화의 인장과도 같은 비루한 마초다.
만희의 짧은 바지와 진한 눈화장을 과장되게 타박하는 장면은 일단 웃음을 준다.
그러나 여기서도 김민희를 향한 속 깊은 애정을 읽을 수 있다.
완수는 만희에게 "스스로 싸구려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완수에게서 굳이 홍상수를 발견하려 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우연성에 대한 홍상수의 찬사와 경의로도 읽힌다.
아침에 쓴 시나리오로 당일 촬영하며 우연을 창작기법으로 삼는 홍상수다.
이번엔 우연성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매체인 사진을 끌어들인다.
클레어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관조적인 캐릭터다.
그는 찰나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 옆에서 찍고, 뒤에서도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느냐는 만희의 물음에 "무언가를 바꿀 수 잇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것"이라고 답한다.
완수에게는 "내가 당신을 찍고 난 후에는,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홍상수는 2016년 5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칸영화제에 간 김민희와 동행해 이 영화를 찍었다.
두 사람이 불륜을 공식 인정하기 전이었다.
영화제 현장이라는 배경 탓인지, 둘의 관계 때문인지 홍상수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밝고 들떠 보이기도 한다.
웃음도 빈발한다.
이자벨 위페르와 김민희는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선보인다.
홍상수 영화로는 드물게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25일 개봉.
/연합뉴스
배급사 대표 양혜(장미희)는 영화감독 완수(정진영)와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연인 사이다.
그런데 완수와 만희가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
영화제에는 물론 완수도 동행했다.
완수는 음악교사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우연히 만난다.
클레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놀러 다니는 중이었다.
완수는 카페에서 말을 트게 된 클레어를 종종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본다.
도서관에 가서 프랑스어로 쓰인 시를 읽어달라고도 한다.
클레어는 해고당해 할 일이 없어진 만희도 우연히 만난다.
만희는 클레어에게 자기 처지를 하소연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홍상수 감독의 스무 번째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는 바람둥이 영화감독 완수와 그를 둘러싼 세 여자 이야기다. 홍상수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대단치 않은 우연과 조금씩 어긋나며 묘한 말맛을 내는 대사가 영화를 이끌어간다.
욕망에 충실한 남자, 술을 마시면 더 뻔뻔해지는 남자도 물론 등장한다.
영화 속 완수는 턱수염이며 헤어스타일, 옷차림까지 현실의 홍상수를 빼닮았다.
전작들보다 더 직접적인 홍상수의 자기고백이라고 말하듯, 배급사의 현지 사무실엔 홍상수가 연출한 영화의 해외 포스터가 붙어있다.
홍상수 영화에 거의 예외없이 감독 본인을 대입하는 관객 눈으로 보면, 홍상수는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김민희의 매력에 찬사를 보낸다.
여기엔 만희의 예쁨과 젊음에 대한 질투로 어찌할 줄 모르는 양혜까지 동원된다.
완수에게 만희는 '영원히' 예쁘고 '영혼마저' 예쁘다.
5년간 일한 회사에서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고도 대표에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할 만큼 순수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개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한다.
"나, 너무 착하다." 완수는 홍상수 영화의 인장과도 같은 비루한 마초다.
만희의 짧은 바지와 진한 눈화장을 과장되게 타박하는 장면은 일단 웃음을 준다.
그러나 여기서도 김민희를 향한 속 깊은 애정을 읽을 수 있다.
완수는 만희에게 "스스로 싸구려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완수에게서 굳이 홍상수를 발견하려 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우연성에 대한 홍상수의 찬사와 경의로도 읽힌다.
아침에 쓴 시나리오로 당일 촬영하며 우연을 창작기법으로 삼는 홍상수다.
이번엔 우연성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매체인 사진을 끌어들인다.
클레어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관조적인 캐릭터다.
그는 찰나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 옆에서 찍고, 뒤에서도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느냐는 만희의 물음에 "무언가를 바꿀 수 잇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것"이라고 답한다.
완수에게는 "내가 당신을 찍고 난 후에는,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홍상수는 2016년 5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칸영화제에 간 김민희와 동행해 이 영화를 찍었다.
두 사람이 불륜을 공식 인정하기 전이었다.
영화제 현장이라는 배경 탓인지, 둘의 관계 때문인지 홍상수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밝고 들떠 보이기도 한다.
웃음도 빈발한다.
이자벨 위페르와 김민희는 완벽에 가까운 호흡을 선보인다.
홍상수 영화로는 드물게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25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