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과 뉴욕증시를 강타한 대만발 폭풍
“가장 최고급 스마트폰(very high-end smartphone)의 수요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매출이 부진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를 강타했다. 매출 부진의 이유로 애플의 아이폰X를 지목하는 바람에, 대장주 애플의 주가가 급락하며 3일 연속 상승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TSMC는 이날 대만에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갖고 지난 1분기 84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작년 4분기에 비해 8.2% 줄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2분기 매출 전망치를 78억~79억달러로 낮춰서 제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88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TSMC는 "가상통화 채굴 관련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스마트폰 업체의 수요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점이 사업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장 최고급 스마트폰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대당 1000달러가 넘는 애플의 아이폰X를 지목한 것이다. 또 올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도 낮췄다.

TSMC는 애플에 아이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제조하고 있으며, 애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에 달한다. TSMC는 엔비디아에도 그래픽칩을 납품하고 있다.

이런 발표에 TSMC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5.7% 급락했다. 여파는 애플과 엔비디아에도 미쳤다. 애플은 이날 2.83% 내렸으며 엔비디아도 3.1% 하락했다. 반도체 업체인 AMD도 덩달아 2.41% 떨어졌다. 대장주가 흔들리자 이날 다우지수는 83.18p(0.34%) 하락한 2만4664.89로 마감됐다. 3일 연속 상승했던 S&P 500지수는 15.51p(0.57%) 내린 2693.13, 나스닥 지수는 57.18(0.78%) 밀린 7238.06을 기록했다.

클라펠드파이낸셜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전반적인 기술주 약세는 애플과 반도체 업체에게 영향을 준 TSMC의 약한 가이던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