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주주가치 환원 정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배당 확대가 기대되는 시기인 만큼 배당주 펀드의 매력이 높다고 봅니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총괄본부장(사진)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의 펀드 투자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 본부장은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주주들의 동의를 얻으며 경영권 승계를 순조롭게 하려는 3세 경영자들의 수요 등으로 배당성향은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배당 확대… 배당주펀드 매력 높다"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은 배당 확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연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 2020년까지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에 중점을 둔다”며 “배당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순환출자 해소 시작과 함께 배당 확대 계획을 내놨다. SK그룹도 2015년 지주회사체제를 완성한 이후 계열사 배당을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고배당주는 ‘한방’을 노릴 수 있는 투자처는 아니다. 하지만 증시 변화에 따른 하향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본이익과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공모형 배당주펀드 159개는 최근 1년간 평균 1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베어링고배당펀드와 함께 액티브주식배당형으로 분류된 펀드 가운데서는 IBK코리아펀드(26.39%) 신한BNPP프레스티지고배당펀드(24.93%) 등이 선방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이 2002년 4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배당주펀드(베어링고배당증권투자회사)는 최근 1년간 수익률 13.19%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수익률을 보면 23.04%에 이른다.

베어링고배당펀드 운용을 책임지는 최 본부장의 철학은 고배당주에 대한 가치투자다. 이익과 배당이 동시에 늘 것으로 기대되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발굴하고, 기업 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는 주식을 사서 제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보유한다. 실적 대비 주가 상승이 빠른 종목은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13.87%) 포스코(3.98%) SK텔레콤(3.13%) 등이 투자 대상 상위 종목에 든다. 코스닥에도 8.74% 투자한다.

그는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합리적 추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들어 제약주에 투자한다면 해당 기업이 신약을 개발할 확률, 경쟁 약품들로부터 도전받을 확률 등 여러 가정을 종합해 기업 가치를 추정한다. “‘다음달에 어떤 신약이 나온다더라’ 식의 일시적 뉴스에 따라 투자하는 건 가치투자 영역을 벗어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최근 1년간 주가 상승과 금리 상승, 물동량 증가 등의 지표가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줬지만 시장은 경기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며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대를 많이 반영하는 모습이 나타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시장이 경기 회복 흐름을 반영할 때가 왔다는 게 최 본부장의 진단이다. 그는 “그동안은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가가 눌려 있었던 가치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1년간 실적은 그다지 나빠지지 않았지만 주가가 많이 빠진 정보기술(IT), 최근 조정받은 금융업과 소재업 등이 가치주 영역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