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하늘에서 느끼는 하와이의 반전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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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추천하는 여행지 하와이
'천국의 바다' 라니카이를 날아 '쥬라기공원' 촬영지 쿠알로아로
헬기 타고 만나는 미지의 하와이
'천국의 바다' 라니카이를 날아 '쥬라기공원' 촬영지 쿠알로아로
헬기 타고 만나는 미지의 하와이
머리에 플루메리아 꽃을 꽂은 여인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알로하!” 배려와 사랑, 기다림과 존중이 담긴 인사말은 마술처럼 하와이의 일상을 부드럽고 친절한 순간으로 만든다. 티끌 하나 없이 파란 하늘, 연중 온화한 날씨, 에메랄드빛 바다를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감미로운 연가와 우쿨렐레의 선율은 그간의 근심걱정을 녹여주니 지상낙원이 여기에 있다. 남국의 정취 가득한 이곳의 아름다움을 더 특별한 방법으로 즐겨보자. 문 없는 헬리콥터를 타고 오아후 섬을 돌아보는 것이다. 하와이만의 생생한 매력이 감동의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순간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본 호놀룰루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은 뒤 카트를 타고 비행장으로 이동했다. 비행장은 하와이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이다. 파란 하늘 아래에서 R44 레이븐(raven) 헬리콥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캡틴 애시론은 관제탑과 교신하며 이륙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비행하면서 수없이 많은 이륙을 경험했지만 헬리콥터는 처음이었다. 육중한 동체가 전력질주하며 솟아오르는 여객기의 이륙과는 달리 누군가가 두 손가락으로 가뿐히 들어 올리는 듯했다.
헬리콥터는 어느새 호놀룰루 항만을 지나 알라모아나 비치를 날고 있었다. 한적하고 분위기 있어 현지인에게 더 사랑받는 알라모아나 비치. 그 끝자락에는 방파제로 조성된 매직아일랜드가 붙어있는데, 위에서 보면 그 모습이 잘 빚은 송편 같다. 헬리콥터가 위로 솟아오를수록 오아후의 풍경이 달라진다. 발밑에는 어느새 해안가를 따라 고층 건물이 늘어선 와이키키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의 발달된 문명이 사이좋게 깍지 낀 듯하다. 그러나 와이키키는 사실 인공으로 조성된 바다다.
100여 년 전 늪지대이던 이곳의 물을 빼내 캘리포니아에서 퍼온 모래를 붓고, 방파제를 만들어 완성한 것이 지금의 와이키키 해변의 모습이다. 오늘날에도 자연적으로 모래가 형성되지 않으니, 파도에 휩쓸려간 모래를 보충하기 위해 매년 호주에서 모래를 수입한다고 한다. 해변에는 유명 호텔이 쭉 늘어서 있고 길 하나만 건너면 와이키키의 핫플레이스가 펼쳐진 칼라카우아 거리가 있다. 모래를 털어내고 수영복 차림으로 번화한 거리에 스며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곳 와이키키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상징이라 볼 수 있다. 활기 넘치는 와이키키에서는 거리에서 무용수의 훌라를 감상할 수도 있다. 고대 하와이에서는 본디 춤은 남성들만 출 수 있었으며, 격하고 빠른 동작이 특징이었다. 이에 비해 훌라는 순화되고 달콤해진 몸짓이다. 그 모습이 마치 바람의 언어를 통역해주는 듯하니, 그 순수한 동작 앞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와이키키 해변의 동쪽으로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중앙의 큰 화구 전체가 보인다. 분화구 정상의 암석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면 꼭 다이아몬드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 다이아몬드 헤드. 이곳에서의 일출은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별이 총총 떠있는 새벽, 일출을 보고자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섰던 기억을 뒤로 한 채, 어느새 해안도로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오아후를 일주할 때 사랑받는 코스는 동쪽 해안도로다. 드라이브할 때는 보통 옆으로 스쳐가는 바다 풍경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 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된다. 파도가 일으키는 하얀 포말이 해안선을 따라 레이스 자락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해변마다 독특한 개성이 가득
바다의 수영장, 하나우마베이는 고대 하와이 왕족이 휴가를 보내던 곳이라 한다. 휴가를 온 왕족들을 경호라도 하려는 듯, 해안선의 모양이 말발굽처럼 굽어 있다. 하와이어로 ‘굽은 만’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대로다.
산호초가 거친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고 각종 열대어가 활발하게 서식하니 스노클링 지역으로 인기가 높다. 마침 헬리콥터를 탄 날이 휴무일인 화요일이어서 바다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휴무일이 있다는 것은 이곳을 자연보호구역으로 특별 관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일환으로 성인 한 명당 7.5달러의 입장료를 부과하고, 해양생태계에 관한 영상물을 시청하도록 한다. 또한 하루에 입장하는 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바다에는 열대어가 지천이다. 개장 시간은 오전 6시~오후 6시지만 주차공간이 300대에 불과해 오전 7시만 돼도 만차가 되곤 한다. 주차공간이 없어 돌아선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할 때는 기꺼이 아침잠을 포기했다. 따뜻한 커피와 무스비 하나 들고 새벽을 가르는 기분이 꽤 상쾌하다. 헬리콥터의 전방에 보석같이 푸른 바다가 언뜻 비치는가 싶더니 이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오아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라니카이 비치다. 라니카이는 하와이어로 ‘천국의 바다’라는 의미다. 천국에 대한 기대는 만국공통임을 실감할 수 있다. 하늘에서 바라보니 과연 그 투명한 에메랄드 물빛에 눈이 시리다.
카네오헤 베이는 바다 한가운데 생긴 모래 언덕, 샌드바 덕분에 하와이의 몰디브라고 불리는 곳이다. 하늘에서 보니, 바다에 거대한 해파리들이 유영하는 듯한 진풍경이 펼쳐져 있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이곳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신의 손길이 느껴지는 산악지대
R44 레이븐은 중국인이 쓰던 모자를 닮았다 하여 일명 중국인 모자섬으로 불리는 모콜리이 섬으로 향하다 간극도 없이 곧바로 광활한 대자연의 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엔 쿠알로아 목장의 카아와 밸리가 펼쳐져 있었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 쿠알로아 목장은 어디선가 공룡이 뛰쳐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원시적인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로 쓰일 만한 곳이다. 헬리콥터가 강한 맞바람에 흔들리는 듯했다. 오아후의 북동쪽, 코올라우 산맥을 넘어가는 중이었다.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며 생채기를 남긴 듯한 모습이 독특하다. 그 이채로운 산세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니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다. 화산산 특유의 지형으로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산은 정상으로 갈수록 급경사를 이루며 솟아 있다. 그러니 능선의 길섶은 천 길 낭떠러지이다. 더 생생한 여행을 위해 헬리콥터의 문을 뗀 채로 탑승했으니, 내 옆자리 역시 천길 낭떠러지였다. 강한 바람 때문에 헬리콥터는 거대한 세상에 던져진 아주 작은 잠자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깨끗하고 하얀 구름이 손에 잡힐 것처럼 바로 옆에 펼쳐지니 지금 이 순간이 꿈속처럼 신비할 따름이다. 아찔하고 스릴 넘치지만 그 풍광은 두려움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이에 못지않게 인상적인 지형이 있었는데 코코헤드이다. 코코헤드는 하나우마베이 옆에 있는 분화구이다. 한쪽으로 기운 분화구의 모습이 몹시 독특하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그 모습이 땅문서에 지장을 찍은 듯 눌려 있다. 마치 거대한 신이 엄지손가락으로 “이곳은 내가 선택한 땅이다!”라고 선포한 모양새다. 그러고 보면 산등성이에 잡힌 주름 하나하나가 다 신의 지문이고 숨결일 테다.
진주만,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서다
캡틴 애시론은 산악지대를 지나 내륙으로 기수를 돌렸다. 드넓은 돌(Dole) 파인애플 농장이 펼쳐져 있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방문자들은 기차에 올라타 이 넓은 농장의 일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노랗고 앙증맞은 기차 덕분에 놀이동산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간다면 무엇보다도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은 반드시 맛봐야 한다. 그러나 이 순수한 즐거움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1894년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강제로 폐위되고 미국인 샌퍼드 밸러드 돌이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된다. 이때 대통령의 사촌 제임스 드러먼드 돌은 넓은 대지를 헐값에 매입해 거대한 농장을 조성해 파인애플재배에 성공한다. 이것이 오늘날 굴지의 기업이 된 돌 푸드 컴퍼니의 시작이다. 이렇게 플랜테이션산업이 활기를 띠자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아시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고종은 1902년 11월 노동 이민을 허락했다. 이때 약 7400명의 젊은이가 하와이로 건너갔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 미주 이민역사의 시작이다.
마지막 코스인 진주만에 접어들었다. 캡틴은 더 잘 보여주려는 듯, 진주만 상공을 꼼꼼히 선회했다. 진주만은 이제 지명이기에 앞서 전쟁을 떠올리는 이름이 됐다. 1941년 12월7일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기습했다. 캡틴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곳엔 오래 전 폭격을 맞은 애리조나 함대가 유령처럼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자신의 고통을 내비치며 전쟁의 아픔을 잊지 말라고 증언하는 듯하다. 진주만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바 있지만, 상공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이 모습에서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진주만에 햇살이 내려앉은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어 과거의 참상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하와이의 모든 것이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역사의 아픔을 딛고 상처를 회복시키며 치유의 힘으로 미소 짓는 땅이기에 더 빛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28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땅의 품은 넉넉해 모든 것이 그저 흘러가는 찰나일 수도 있겠다.
공항으로 진입한 헬리콥터는 파이널 어프로치를 시도하고 있었다. 헤드폰에서는 착륙을 위한 관제탑과의 교신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멋진 비행의 탑승자로서, 나 역시 하와이와의 교신에 성공한 기분이다. 오아후 상공에서 까마득한 발아래를 보고 있자면, 그곳을 방문했던 여행의 발자취가 새록새록 떠오르곤 했다. 그러니 45분이란 비행시간에는 어마어마한 용량의 추억들이 압축된 셈이다. 하와이가 그리울 때면 이 압축파일을 꺼내 들 참이다. 헬리콥터가 아니면 다가갈 수 없는 숨은 장소, 하늘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대자연의 광활한 풍광을 어찌 잊겠는가.
하와이=글·사진 김민정 아시아나항공 부사무장 mjkim75f@flyasiana.com 하와이 여행 정보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호놀룰루 구간을 매일 한 편 운항하고 있다. 오아후의 헬리콥터 투어로 대표적인 노빅터 헬리콥터사는 문을 떼고 탈 수 있는 옵션을 갖추고 있다. 문 없이 탑승할 경우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절대 헬리콥터 밖으로 손을 내밀면 안 되고, 바람에 날릴 만한 스카프나 마스크는 착용하면 안 된다. 상공에서는 바람이 많이 부니 긴 머리는 묶어야 하며, 복장은 긴바지와 긴팔 상의를 입는 것이 좋다. 20분, 30분, 45분 코스가 있는데 적어도 30분 이상의 코스를 추천한다. 20분에 170달러, 30분에 205달러, 45분에 255달러다. 여행사에 예약하면 더 저렴하게 탈 수 있다.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본 호놀룰루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은 뒤 카트를 타고 비행장으로 이동했다. 비행장은 하와이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이다. 파란 하늘 아래에서 R44 레이븐(raven) 헬리콥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캡틴 애시론은 관제탑과 교신하며 이륙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비행하면서 수없이 많은 이륙을 경험했지만 헬리콥터는 처음이었다. 육중한 동체가 전력질주하며 솟아오르는 여객기의 이륙과는 달리 누군가가 두 손가락으로 가뿐히 들어 올리는 듯했다.
헬리콥터는 어느새 호놀룰루 항만을 지나 알라모아나 비치를 날고 있었다. 한적하고 분위기 있어 현지인에게 더 사랑받는 알라모아나 비치. 그 끝자락에는 방파제로 조성된 매직아일랜드가 붙어있는데, 위에서 보면 그 모습이 잘 빚은 송편 같다. 헬리콥터가 위로 솟아오를수록 오아후의 풍경이 달라진다. 발밑에는 어느새 해안가를 따라 고층 건물이 늘어선 와이키키 해변이 펼쳐져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의 발달된 문명이 사이좋게 깍지 낀 듯하다. 그러나 와이키키는 사실 인공으로 조성된 바다다.
100여 년 전 늪지대이던 이곳의 물을 빼내 캘리포니아에서 퍼온 모래를 붓고, 방파제를 만들어 완성한 것이 지금의 와이키키 해변의 모습이다. 오늘날에도 자연적으로 모래가 형성되지 않으니, 파도에 휩쓸려간 모래를 보충하기 위해 매년 호주에서 모래를 수입한다고 한다. 해변에는 유명 호텔이 쭉 늘어서 있고 길 하나만 건너면 와이키키의 핫플레이스가 펼쳐진 칼라카우아 거리가 있다. 모래를 털어내고 수영복 차림으로 번화한 거리에 스며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곳 와이키키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상징이라 볼 수 있다. 활기 넘치는 와이키키에서는 거리에서 무용수의 훌라를 감상할 수도 있다. 고대 하와이에서는 본디 춤은 남성들만 출 수 있었으며, 격하고 빠른 동작이 특징이었다. 이에 비해 훌라는 순화되고 달콤해진 몸짓이다. 그 모습이 마치 바람의 언어를 통역해주는 듯하니, 그 순수한 동작 앞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와이키키 해변의 동쪽으로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중앙의 큰 화구 전체가 보인다. 분화구 정상의 암석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면 꼭 다이아몬드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 다이아몬드 헤드. 이곳에서의 일출은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별이 총총 떠있는 새벽, 일출을 보고자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섰던 기억을 뒤로 한 채, 어느새 해안도로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오아후를 일주할 때 사랑받는 코스는 동쪽 해안도로다. 드라이브할 때는 보통 옆으로 스쳐가는 바다 풍경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 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된다. 파도가 일으키는 하얀 포말이 해안선을 따라 레이스 자락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해변마다 독특한 개성이 가득
바다의 수영장, 하나우마베이는 고대 하와이 왕족이 휴가를 보내던 곳이라 한다. 휴가를 온 왕족들을 경호라도 하려는 듯, 해안선의 모양이 말발굽처럼 굽어 있다. 하와이어로 ‘굽은 만’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대로다.
산호초가 거친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고 각종 열대어가 활발하게 서식하니 스노클링 지역으로 인기가 높다. 마침 헬리콥터를 탄 날이 휴무일인 화요일이어서 바다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휴무일이 있다는 것은 이곳을 자연보호구역으로 특별 관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일환으로 성인 한 명당 7.5달러의 입장료를 부과하고, 해양생태계에 관한 영상물을 시청하도록 한다. 또한 하루에 입장하는 인원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바다에는 열대어가 지천이다. 개장 시간은 오전 6시~오후 6시지만 주차공간이 300대에 불과해 오전 7시만 돼도 만차가 되곤 한다. 주차공간이 없어 돌아선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할 때는 기꺼이 아침잠을 포기했다. 따뜻한 커피와 무스비 하나 들고 새벽을 가르는 기분이 꽤 상쾌하다. 헬리콥터의 전방에 보석같이 푸른 바다가 언뜻 비치는가 싶더니 이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오아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라니카이 비치다. 라니카이는 하와이어로 ‘천국의 바다’라는 의미다. 천국에 대한 기대는 만국공통임을 실감할 수 있다. 하늘에서 바라보니 과연 그 투명한 에메랄드 물빛에 눈이 시리다.
카네오헤 베이는 바다 한가운데 생긴 모래 언덕, 샌드바 덕분에 하와이의 몰디브라고 불리는 곳이다. 하늘에서 보니, 바다에 거대한 해파리들이 유영하는 듯한 진풍경이 펼쳐져 있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이곳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신의 손길이 느껴지는 산악지대
R44 레이븐은 중국인이 쓰던 모자를 닮았다 하여 일명 중국인 모자섬으로 불리는 모콜리이 섬으로 향하다 간극도 없이 곧바로 광활한 대자연의 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엔 쿠알로아 목장의 카아와 밸리가 펼쳐져 있었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 쿠알로아 목장은 어디선가 공룡이 뛰쳐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원시적인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로 쓰일 만한 곳이다. 헬리콥터가 강한 맞바람에 흔들리는 듯했다. 오아후의 북동쪽, 코올라우 산맥을 넘어가는 중이었다.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며 생채기를 남긴 듯한 모습이 독특하다. 그 이채로운 산세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니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다. 화산산 특유의 지형으로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산은 정상으로 갈수록 급경사를 이루며 솟아 있다. 그러니 능선의 길섶은 천 길 낭떠러지이다. 더 생생한 여행을 위해 헬리콥터의 문을 뗀 채로 탑승했으니, 내 옆자리 역시 천길 낭떠러지였다. 강한 바람 때문에 헬리콥터는 거대한 세상에 던져진 아주 작은 잠자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깨끗하고 하얀 구름이 손에 잡힐 것처럼 바로 옆에 펼쳐지니 지금 이 순간이 꿈속처럼 신비할 따름이다. 아찔하고 스릴 넘치지만 그 풍광은 두려움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이에 못지않게 인상적인 지형이 있었는데 코코헤드이다. 코코헤드는 하나우마베이 옆에 있는 분화구이다. 한쪽으로 기운 분화구의 모습이 몹시 독특하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그 모습이 땅문서에 지장을 찍은 듯 눌려 있다. 마치 거대한 신이 엄지손가락으로 “이곳은 내가 선택한 땅이다!”라고 선포한 모양새다. 그러고 보면 산등성이에 잡힌 주름 하나하나가 다 신의 지문이고 숨결일 테다.
진주만,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서다
캡틴 애시론은 산악지대를 지나 내륙으로 기수를 돌렸다. 드넓은 돌(Dole) 파인애플 농장이 펼쳐져 있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방문자들은 기차에 올라타 이 넓은 농장의 일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노랗고 앙증맞은 기차 덕분에 놀이동산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 간다면 무엇보다도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은 반드시 맛봐야 한다. 그러나 이 순수한 즐거움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1894년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강제로 폐위되고 미국인 샌퍼드 밸러드 돌이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된다. 이때 대통령의 사촌 제임스 드러먼드 돌은 넓은 대지를 헐값에 매입해 거대한 농장을 조성해 파인애플재배에 성공한다. 이것이 오늘날 굴지의 기업이 된 돌 푸드 컴퍼니의 시작이다. 이렇게 플랜테이션산업이 활기를 띠자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아시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고종은 1902년 11월 노동 이민을 허락했다. 이때 약 7400명의 젊은이가 하와이로 건너갔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 미주 이민역사의 시작이다.
마지막 코스인 진주만에 접어들었다. 캡틴은 더 잘 보여주려는 듯, 진주만 상공을 꼼꼼히 선회했다. 진주만은 이제 지명이기에 앞서 전쟁을 떠올리는 이름이 됐다. 1941년 12월7일 일본은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기습했다. 캡틴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곳엔 오래 전 폭격을 맞은 애리조나 함대가 유령처럼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자신의 고통을 내비치며 전쟁의 아픔을 잊지 말라고 증언하는 듯하다. 진주만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바 있지만, 상공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이 모습에서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진주만에 햇살이 내려앉은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어 과거의 참상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하와이의 모든 것이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역사의 아픔을 딛고 상처를 회복시키며 치유의 힘으로 미소 짓는 땅이기에 더 빛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28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땅의 품은 넉넉해 모든 것이 그저 흘러가는 찰나일 수도 있겠다.
공항으로 진입한 헬리콥터는 파이널 어프로치를 시도하고 있었다. 헤드폰에서는 착륙을 위한 관제탑과의 교신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멋진 비행의 탑승자로서, 나 역시 하와이와의 교신에 성공한 기분이다. 오아후 상공에서 까마득한 발아래를 보고 있자면, 그곳을 방문했던 여행의 발자취가 새록새록 떠오르곤 했다. 그러니 45분이란 비행시간에는 어마어마한 용량의 추억들이 압축된 셈이다. 하와이가 그리울 때면 이 압축파일을 꺼내 들 참이다. 헬리콥터가 아니면 다가갈 수 없는 숨은 장소, 하늘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대자연의 광활한 풍광을 어찌 잊겠는가.
하와이=글·사진 김민정 아시아나항공 부사무장 mjkim75f@flyasiana.com 하와이 여행 정보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호놀룰루 구간을 매일 한 편 운항하고 있다. 오아후의 헬리콥터 투어로 대표적인 노빅터 헬리콥터사는 문을 떼고 탈 수 있는 옵션을 갖추고 있다. 문 없이 탑승할 경우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절대 헬리콥터 밖으로 손을 내밀면 안 되고, 바람에 날릴 만한 스카프나 마스크는 착용하면 안 된다. 상공에서는 바람이 많이 부니 긴 머리는 묶어야 하며, 복장은 긴바지와 긴팔 상의를 입는 것이 좋다. 20분, 30분, 45분 코스가 있는데 적어도 30분 이상의 코스를 추천한다. 20분에 170달러, 30분에 205달러, 45분에 255달러다. 여행사에 예약하면 더 저렴하게 탈 수 있다.